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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어 '이에' 남발하면 글이 어색해져요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입력 2026-03-02 09:00   수정 2026-03-03 15:54

“올 들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한국거래소는 6월부터 주식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 30분에서 12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시장 주체인 증권업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 시간 연장을 추진하자 시장 참가자 사이에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를 전달하는 예문에는 중간에 어색한 말이 눈에 띈다. ‘이에’가 그것이다. 이 말의 정체는 무엇이기에 이 자리에 쓰였을까.
접속어 줄이면 문장 힘 있고 간결해
‘이에’가 독립된 말로 쓰일 때는 ‘이러하여서 곧’ ‘이와 같은 까닭에’라는 뜻이다. 부사로서, 접속어 역할을 한다. 앞에 원인에 해당하는 말이 오고 이를 받아 결과에 해당하는 말이 뒤따를 때 그 사이에서 두 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가령 “우수한 성적을 올렸으므로 이에 상장을 수여한다” 같은 게 그 용법이다.

문장 안에 쓰인 ‘이에’에는 형태만 같지, 문법적 기능은 다른 용법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정책 기조로 하는 정부가 이에 반하는 ‘가격 통제’라는 과도한 개입 정책을 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의 ‘이에’는 지시대명사 ‘이’에 격조사 ‘-에’가 붙은 꼴이다. ‘이것에’라는 뜻이다. ‘이’는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다. ‘-에’는 앞말이 지정하여 말하고자 하는 대상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조사다. ‘이에 관해(관한)’ ‘이에 대해(대한)’ ‘이에 의해(의한)’ ‘이에 따라(따른)’ 같은 형태로 쓰여 의미를 이어주는 접속어 기능을 수행한다.

접속어란 단어와 단어, 구절과 구절,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구실을 하는 문장 성분이다. 국어에서는 주로 접속부사가 이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런 접속용법이 자칫 군더더기로 작용할 때가 많아 남발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맨 앞 예문에 쓰인 ‘이에’가 어색한 까닭도 굳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쓰였기 때문이다. ‘이에’를 빼고 곧바로 “시장 주체인 증권업계에서는~”으로 연결하면 깔끔하다. 힘 있는 문장을 쓰기 위해선 접속어를 줄이는 게 좋다.
‘실제로, 사실’ 등 습관적으로 덧붙여
글쓰기에서 군더더기를 경계하는 까닭은 ‘힘 있고 세련된 문장’을 쓰기 위해서다. 접속어 ‘이에’가 군더더기로 쓰인 용례를 좀 더 살펴보자.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한동안 집값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자 패닉 바잉(공황구매)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에 정부도 지난 8일 다급하게 대책을 내놨다.” 앞에 어떤 현상을 쓰고 ‘이에’로 받아 이어갔다. 인과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인데, 굳이 이 말이 없어도 충분히 연결되는 대목이다. 문맥 흐름상 시장 상황에 이어 바로 정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접속어를 빼고 “정부도 ~ 했다”로 연결하면 글의 흐름이 훨씬 빠르고 힘 있게 된다.

글쓰기에서 부사어 및 접속어는 가능한 한 쓰지 않는 게 좋다. 강세를 주기 위해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의미상으론 대부분 불필요한 때가 많다. ‘실제로, 특히, 실로, 사실, 다만, 더구나, 결국, 그런데, 하지만, 이를테면, 이에 대해, 이에 따라, 이에 반해’ 등이 자주 남발되는 군더더기성 접속어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쓸 때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실 최근의 많은 하청근로자 사망사고 역시 법 규정이 없어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올해 1~8월 체불임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조는 휴일수당이 연장근로(50%)면서 휴일근무(50%)이기 때문에 수당을 100% 가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외이사 자리에는 KT&G에서 추천한 후보가 선임돼 결국 “시장이 관치를 이겼다”는 말이 나왔다.

각각의 문장에 쓰인 ‘사실’ ‘무려’(‘-나’ 역시 강조를 나타내 이것으로 족하다), ‘이에 대해’ ‘결국’을 모두 삭제하고 나면 글이 더 깔끔하고 힘이 있다는 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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