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문화의 성지로 꼽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K팝 대표 주자' 블랙핑크가 만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힙'한 것이 된 최근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문화 교류의 장이 열렸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외벽은 핑크빛 조명으로 물들었다. 중후함이 깃든 건물,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생동감 넘치는 쨍한 핑크색 조명이 그간 본 적 없는 묘한 멋을 냈다.

블랙핑크의 컴백을 맞아 진행된 '국중박X블랙핑크' 프로젝트 현장이었다. 이날 박물관 안에서는 블랙핑크의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의 전곡 음원을 미리 들어보는 리스닝 세션이 진행됐다. '데드라인'에는 선공개곡 '뛰어'를 비롯해 타이틀곡 '고(GO)', '미 앤드 마이(Me and My)', '챔피언(Champion)', 'Fxxxboy'까지 총 5곡이 수록되는데 이를 전부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특별한 자리였다.
박물관 로비에 들어서자 대동여지도 22첩을 모두 펼쳐 연결한 전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대동여지도 원본을 전통 한지에 디지털 고화질로 실사 출력한 복제본으로,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 규모를 자랑해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바로 그 전시물이다. 바닥에는 '블랙핑크'가 적힌 카펫이 깔려 있었다. 우리 전통과 현시대를 이끄는 아이콘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리스닝 세션은 박물관 폐관 시간 이후 사전 예약 신청자를 대상으로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북적북적하게 인파가 몰리는 구성이 아닌, 박물관 고유의 분위기와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곡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밖에서는 남산까지 한 눈에 담기는 박물관의 웅장한 경관을 차분하게 감상하고, 내부에서는 블랙핑크의 음악을 집중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리스닝 세션에는 오디오·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공개된 타이틀곡 '고'는 심장을 뛰게 하는 블랙핑크 표 EDM 힙합 비트가 살아있는 노래다. 시작부터 뚜렷한 비트감이 흥을 돋우고, 이후 후렴에서 폭발적으로 사운드가 터진다. "BLACKPINK'll make ya"라는 단체 구호, 힘 있게 쌓인 멤버들의 목소리까지 매력적인 구간이 많아 타이틀곡다운 타이틀곡이다.
3번 트랙 '미 앤드 마이'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스탠다드 힙합 비트가 인상적이다. 시작부터 쫄깃한 랩핑이 귓가 사로잡고, 이어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4번 트랙 '챔피언'은 놓쳐선 안 될 귀한 곡이다. 벌스의 질주감 있는 무드가 후렴에 이르러 확 반전되며 쾌감을 주는 팝 장르다. 시원하고 웅장하게 감기는 후렴의 멜로디는 벌스와는 다르게 벅찬 느낌 준다. 다채로운 변주가 독특하면서도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곡이다.
5번 트랙 'Fxxxboy'는 감미로운 기타 선율과 섬세한 멜로디를 토대로 팝 감성을 극대화했다. 미니멀한 사운드 구성 안에서 멤버들의 음색이 또렷하게 들려 듣는 재미가 크다. 각기 다르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목소리의 합을 느껴볼 수 있다. 멜로디적으로 '챔피언'에 이어 바로 듣기에 트랙 간 연결성이 좋다.

명불허전 '퀸의 귀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울려 퍼진 화려하고 짜릿한 비트는 상상 이상의 경험을 선사했다. 한국 전통과 K팝 모두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순간이었다.
아울러 멤버들은 대표 유물 8종에 대한 오디오 도슨트에도 참여했다. 경천사 십층석탑, 금제 새날개모양 관모 장식, 금동반가사유상,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 백자 달항아리, 금동관음보살좌상,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 무늬 정병에 대한 설명을 블랙핑크 멤버들의 목소리로 들어볼 수 있다. 지수·제니가 한국어로, 로제가 영어로 차분하게 유물을 소개한다. 리사는 태국어로 녹음했으며, 이는 3월 중 공개된다.
박물관 주변에는 블랙핑크의 응원봉인 '뿅봉'을 든 팬들이 있었다. 폐관 시간 이후의 평온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팬들도 질서 있게 대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운치 있는 배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현장을 찾은 팬 모임 '블사사(블랙핑크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 와서 벅차다. 특히 의미 있는 장소에서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열게 돼 기쁘다"며 "박물관의 웅장함과 핑크색 조명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남산도 보이고 웅장한 느낌이라 컴백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블랙핑크의 미니 3집 '데드라인'은 27일 오후 2시 발매됐다. 라이팅 이벤트, 오디오 도슨트 등 국립중앙박물관 프로젝트는 오는 3월 8일까지 진행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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