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SMIC가 7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를 뚫고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수익성 높은 시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SMIC가 7나노 공정의 생산 경험을 축적할 경우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SMIC는 7나노 이하 공정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월평균 2만장(웨이퍼 투입 기준)에서 10만장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웨이퍼 생산량을 월 50만장까지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약점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칩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로이터는 SMIC의 행보를 내수 중심 성장과 해외 영향력 강화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했다. 엔비디아 등 해외 AI 반도체 도입이 막힌 상황에서 자국의 AI 반도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생태계 육성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또 7나노 이하 공정의 안정성을 높여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현재 AI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 TSMC는 2~3나노 최첨단 공정뿐 아니라 7나노, 8나노 등 성숙 공정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SMIC가 해당 시장에서 생산 능력과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경우 경쟁자가 늘게 된다.

SMIC는 이를 위해 7나노, 5나노 반도체 생산 설비를 신규 구축하거나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MIC는 2023년 구형 장비로 7나노 칩 양산에 성공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자체 N(노드)+3 공정으로 5나노급 칩 생산에 성공했다. 이렇게 늘린 생산 능력은 중국 정부의 관리를 거쳐 중국 내 AI 기업들에 분배된다. 화웨이는 이를 통해 올해 차세대 '어센드' 프로세서를 여러 종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AI 가속기 전문 기업 캠브리콘도 올해 AI 칩 생산량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린 50만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공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가운데 30만개가 고사양 제품이며 상당수가 SMIC의 7나노급 'N+2'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 티헤드, 무어스레드도 이렇게 생산된 칩을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7나노는 최첨단 칩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일부 AI 가속기에서 의미 있는 성능을 낼 수 있는 '가성비' 칩"이라고 말했다.
SMIC가 자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SMIC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71.0%로 독주 체제를 가속했고 삼성전자는 6.8%로 2위, SMIC는 5.1%로 3위를 기록했다. SMIC는 지난해 12인치 웨이퍼 생산 자회사인 SMNC의 잔여지분 49%를 약 58억달러에 매입해 완전 자회사화한 데 이어 다른 자회사(SMSC)도 등록자본을 늘리는 등 중장기적인 설비투자, 대규모 생산 라인 운영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SMIC가 7나노 공략법은 당장의 수율보다 '가동 경험'과 '공정 축적'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중국 내 팹리스 물량을 흡수하며 공정 데이터를 쌓을 경우 SMIC가 극심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 업계의 대안의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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