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억을 포기한다고? 나라면 못한다. 하이브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이브 때문에 뉴진스만 시간 낭비 했다. 이게 진짜 어른이지."
"민희진 레전드. 진짜 멋있고 대인배다."
민희진 오케이레코즈 대표(전 어도어 대표)가 또 한 번 판을 뒤흔들었다. "256억원을 내려놓을 테니 모든 민형사 소송을 종결하고 법정이 아닌 창작의 무대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공개적으로 내놓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방탄소년단 멤버 뷔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가 법정 증거로 채택되면서 비동의 증거 채택 논란에 휩싸였으나 거액 포기라는 승부수를 던져 여론을 뒤집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민희진 소송 중단 제안에도…하이브 "입장 없다"
민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풋옵션 1심 승소로 받을 수 있는 256억원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단, 조건이 붙었다. 자신과 뉴진스 멤버, 외주 파트너사, 전 어도어 직원 등을 상대로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분쟁을 종결하자는 것이다.
그는 "승소의 대가로 얻게 될 256억원을 다른 가치와 바꾸기로 했다"며 "저에게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귀한 자금이지만 거액의 돈보다 더 간절히 바라는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256억원을 내려놓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모든 분쟁을 종결하길 제안한다. 이 제안에는 제 개인뿐만 아니라, 뉴진스 멤버, 외주 파트너사, 전 어도어 직원들은 물론, 이 싸움에 휘말려 상처받은 팬덤을 향한 모든 고소와 고발 종료까지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뉴진스 맘'을 자처하던 그는 멤버들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민 대표는 "가장 절실한 이유는 뉴진스 멤버들 때문"이라며 "행복하게 무대 위에 있어야 할 뉴진스가 누군가는 법정에, 누군가는 무대에 서 있는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한탄했다. 또 "이처럼 갈가리 찢긴 마음으로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에게 말한다. 이제 우리 법정이 아닌 창작의 자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어 "오늘 코스피 6000을 돌파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안에 대해 하이브가 전향적으로 숙고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상장사인 하이브를 공개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256억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금액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민 대표의 말처럼 통상 개인이 평생 접하기 어려운 규모다. 그렇기에 메시지 효과는 강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대인배"라는 평가가 확산됐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풋옵션 소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그리고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속계약 해지 통보 이후 팀 이탈과 활동 차질에 대한 책임을 묻는 취지다.
여기에 여러 민사 분쟁이 더해졌다. 업계에서는 민 전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민사 소송 가액이 460억원대를 웃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과 별도로 진행 중인 다수 사건이 얽혀 있다.
뉴진스 역시 전속계약 분쟁 1심에서 패소했다. 일부 멤버에 대한 계약 해지 통보, 추가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멤버 다니엘의 계약은 해지된 상태다. 5인 완전체 복귀가 단기간 내 실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이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약 256억원 지급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도 받아들여졌다. 하이브는 292억5000만원을 재판상 보증 공탁금으로 납부하며 가집행을 멈췄다. 항소심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지급 의무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안이 실제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현 단계에서 하이브가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항소심에서 풋옵션 금액에 대해 다툴 수 있는 부분이다. 1심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도 정지된 상황"이라며 "가집행이 멈춘 만큼 항소심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금액 확정은 유보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심에서 민 대표가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나 법리 판단이 달라질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사안은 단순한 금전 분쟁이 아니라 지배구조와 계약 질서가 얽힌 문제"라며 "만약 중간에서 합의로 마무리할 경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업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으나 대형 기획사 입장에서는 선례 관리가 중요하다"며 "조직과 계약 체계를 흔드는 사안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세워두지 않으면 내부 통제가 약화될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도중 합의로 정리하기보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아무런 입장이 없다"며 사실상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 민희진의 속내는
업계에서는 이번 제안을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장기 소송이 이어질 경우 새 레이블 오케이 레코즈의 사업 전개와 투자 유치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법적 리스크를 정리하려는 판단일 수 있다고 본다.
또 항소심 결과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256억원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전면에 내세워 협상 구도를 바꾸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급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금액을 카드로 활용했다는 시각이다.
민 대표는 "256억원은 K팝의 건강한 생태계와 아티스트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수백억원대 소송이 얽혀 있는 복합 구조다. 일괄 종결이 가능할지, 이해관계가 일치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하이브가 화해를 선택할지, 끝까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번 분쟁은 단순한 금전 다툼을 넘어 K팝 산업의 계약 구조, 레이블 독립성, 아티스트 보호 체계 등과 맞물려 있다. 뉴진스 완전체의 향후 행보 역시 그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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