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이 28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심 군사·정치 시설을 겨냥한 전면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도 즉각 이스라엘 본토와 중동 내 미군 기지를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했다.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이번 공격은 이달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핵 협상이 '노딜'로 끝난 직후 전격 단행됐다. 미국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도 0% 환원, 기농축 우라늄 300kg 반납, 주요 핵시설(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해체와 함께 미사일 사거리 억제 및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 이른바 '패키지 딜'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를 주권 침해이자 무장 해제 요구로 규정하고 거부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 해법을 접고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 국방부는 이번 작전명을 '장대한 분노 작전'이다. 이스라엘은 '사자의 포효'로 명명했다. 테헤란, 곰, 카라지, 게슘 등 이란 전국 주요 도시가 동시다발로 공습받았다.
양국의 이번 공격은 단순한 군사시설 타격을 넘어 이란 수뇌부를 직접 겨냥했다. 이스라엘 소식통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집무실 인근이 공습 표적이 됐다. 이란 부통령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건재하다고 밝혔고, 하메네이 역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개시 직후 8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이란의 미사일 산업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해군을 전멸시키며, 핵무기를 결코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국민을 향해 "우리가 끝내면 정부를 장악하라"며 사실상 정권 교체를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테러 정권이 제기하는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번 공습은 수일간 집중적으로, 최소 4일간 진행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이 연합 공격에 이란은 즉각 응전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공습 당시 약 20시간 뒤에 반격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불과 1시간여 만에 작전명 '사데크의 약속 4'를 발동해 반격에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해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동시에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을 합법적 표적으로 간주하고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쿠웨이트 알살렘 공군기지, UAE 알다프라 공군기지, 바레인 미 해군 5함대 본부, 이라크 에르빌 미국 영사관 인근 등이 공격받았다.
이 과정에서 아부다비에서는 미사일 요격 파편에 주거지역 민간인 1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란 내무부와 외무부는 이번 미·이 공격을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정당방위'이자 침략행위에 대한 합법적 보복으로 규정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역시 억지력 균형을 이유로 홍해 상선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재개를 선언하며 중동 전체가 화약고로 변했다.
주변 아랍국들도 발칵 뒤집혔다. 자국 영공이 전장으로 변한 사우디아라비아, UAE, 바레인, 카타르, 요르단 등은 이란의 공격을 '야만적·배신적 공격'이자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력한 방어 조치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올해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 이어 두 달 만에 벌어진 이번 중대 대외 군사행동은 트럼프식 '힘을 통한 평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의 극심한 경제난과 민심 이반을 틈타 핵심 안보 위협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겠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직후 SNS를 통해 "이란이 2020년과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막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고 암살 기도를 감행했다"며 인터넷 매체 보도와 미 정보당국의 평가를 인용했다. 자신을 정조준한 이란 정권의 위협을 강조하며 공습의 명분을 국내 정치적으로 극대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비판도 거세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때처럼 헌법상 전쟁선포권을 가진 의회의 승인을 받거나 민주당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는 '의회 패싱'이 반복됐다. 미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합리적 근거 없는 행동"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여기에 장기적 전쟁 개입을 꺼리는 '마가(MAGA)' 지지층의 성향을 고려할 때, 확전으로 미군 인명 피해가 발생하거나 지상군 투입 상황까지 몰릴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역풍도 배제할 수 없다.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경제와 안보는 벼랑 끝에 섰다. 당장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을 돌파해 현재 대비 70% 이상 폭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대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개방 경제 국가들에 직격탄이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 소비 침체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으며,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등 안전자산 쏠림으로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 등 변동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지정학적 파장도 중대 변수다. 이란 배후의 러시아와 중국이 개입할 경우 사태는 '서방 대 반서방'의 신냉전적 대리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여력이 부족하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전면 갈등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전쟁의 향방은 이스라엘의 예고대로 4일 내외로 국지적 타격을 입히고 종료될지, 아니면 이란의 반발과 미군의 추가 응징이 맞물려 장기 전면전으로 흘러갈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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