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인플루언서 로건 모핏은 한식 관련 콘텐츠로 인기를 끌어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약 115만명에 이른다. 로건이 과거 한국을 찾았을 때 발 빠르게 손을 내민 곳이 네이버였다. 네이버는 로건이 한국에서 자사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외국인도 네이버 지도 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
이 같은 흐름에 '돌발 변수'가 생긴 것은 지난해 2월. 글로벌 빅테크 구글이 한국 정부에 1대 5000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면서였다. 2007년, 2016년에 이은 세 번째 요구였는데, 1대 5000 지도는 50m를 지도상에 1㎝로 표시한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고정밀 지도를 요청하자 가장 먼저 군사기지 같은 보안 시설의 유출 우려가 흘러나왔다. 국내 플랫폼 업계 또한 산업 생태계 위협과 경제적 타격을 예상했다.
국내 최대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도 구글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국내 업계에선 유튜브 생태계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빠니보틀 입장을 고려하면 이해되지만 한편으론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구글 임원인 이상현 구글 플랫폼·디바이스 정책 부문 글로벌 디렉터도 이례적으로 국내 명함 앱 리멤버와의 인터뷰에서 지도 반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곳은 국토교통부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내부적으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디지털 장벽'의 하나로 한국 정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심사 절차를 지목하자 판이 흔들렸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 현지 이익단체들도 연이어 성명을 내면서 고정밀 지도 반출을 압박했다.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알려졌던 서버와 관련해선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도록 했다. 정부가 당초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구글은 한층 완화된 방안으로 지도 반출 허가를 얻어냈다.
국내 관련 업계는 지도 반출 허가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조건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국내에서 기존 업체들과 동등한 수준의 지도 관련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조세 부담은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구글이 국내에서만 10조원대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매출 대부분을 싱가포르로 이전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납부하는 법인세는 2024년 기준 173억원에 그쳤다. 구글과 매출 규모가 비슷한 네이버의 경우 같은 기간 법인세 3902억원을 납부했다.
만약 정부가 당초 요구한 조건인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두는 방안을 수용했을 경우 고정 사업장이 확보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와 동등한 조건으로 법인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제휴 기업 서버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세금 문제를 피해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협의체 반출 결정에선 구글의 조세 회피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지도 반출 결정을 이끌어낸 직후 곧바로 200자 원고지 12장이 넘는 분량에 이르는 업계 관계자·전문가들의 지지 입장을 배포했다. 장수청 미국 퍼듀대 교수는 구글을 통해 "이번 결정은 한국 관광의 글로벌 재도약을 알리는 전환점"이라고 했다. 박승규 창원대 교수도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위치 기반 혁신 서비스를 통한 관광산업 발전과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안양대 교수)은 "쿠팡 개인정보 노출 사고와 같은 사례를 보더라도 사고 발생 땐 해외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내 산업에 약 200조원 규모의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에 따르면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공간·플랫폼·모빌리티·건설 등 8개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150조~197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도 6조3000억~14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관련 업계는 정부에 보완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대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장은 "이제 중요한 것은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실질적 보호·육성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가 투자 확대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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