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영화시장의 처지가 최근 들어 달라졌다. 한국영화가 오랜 불황을 겪으며 투자·제작·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산업 밸류체인이 붕괴 지경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커지는 반면, 일본영화는 사상 최대 극장 매출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인다.
가까스로 1억 명을 동원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확연한 반등세 보인다. 일본영화제작자연맹(EIREN)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극장 매출은 2744억엔(약 2조55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객 수는 전년(1억4400만) 대비 30.6% 늘어난 1억88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억9400만)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낮아진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천만영화 실종’ 사태로 요약된다. 지난해 극장가에서 1000만 명을 동원한 영화는 한 편도 없다. 팬데믹 기간(2020~2021년)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2023년과 2024년에도 ‘서울의 봄’(1312만·2023), ‘파묘’(1191만·2024년) 등 네 편의 천만영화가 극장에 걸렸지만, 지난해 그 흐름이 끊긴 것이다. 반대로 일본은 지난해 재일교포인 이상일 감독의 ‘국보’가 23년 만에 실사영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최근 한국영화의 국제무대 성과는 여전히 ‘올드보이’의 활약에 기대는 실정이다. 박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홍 감독의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각각 지난해 베니스와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것 외에 한국영화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하야카와 감독의 ‘르누아르’가 경쟁부문에, 이시카와 게이 감독의 ‘먼 산의 빛’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오르는 등 일본영화 6편의 장편이 주요 부문에 초청받았다.
역량있는 젊은 감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주인’(2025)을 연출한 윤가은,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1980년대생으로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세대적 흐름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후속작 제작과 투자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19년 장편 데뷔작인 ‘벌새’와 ‘메기’로 평단의 호평받은 김보라, 이옥섭 감독이 6년이 지나도록 차기작을 선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를 두고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은 좋은 작품은 꾸준히 나오지만 새로운 감독이 등장한다는 느낌은 없다”고 했다.
국내 시장처럼 영화 한 편의 손익에 따라 산업 전반이 출렁이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한국 영화는 투자 ‘큰 손’의 결단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환경이 흔들릴수록 검증된 대형 프랜차이즈 상업영화에 자금이 쏠린다. ‘범죄도시 3’, ‘범죄도시 4’가 시장 침체 속에서도 천만 관객을 끌어모았지만, 이 반작용으로 제작편수가 줄고 신인 감독이나 작품성 높은 시나리오가 기회를 받지 못해 산업 외연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콘텐츠업계를 중심으로 제작 리스크를 나누면서 IP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한국형 제작위원회’ 모델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투자 위축과 관객 감소 압박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란 것이다. 일본식 구조를 그대로 도입하는 대신 K콘텐츠 IP를 영화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확장성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김동원 영화진흥위원은 “한국영화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K팝 같은 대중문화 자산을 영화와 결합하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세계 관객과 접점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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