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렌탈 패밀리: 가족을 빌려드립니다’는 작년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도쿄국제영화제를 포함해 네 개의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화제작 중 하나다. ‘시라트’나 ‘센티멘털 밸류’ 같은 아트하우스 영화로서의 예술성과 미학을 인정받았다기보다는, 이 영화가 주는 특유의 따뜻함으로 평가받고 있는 듯 하다. 전반적으로 영화에는 다소 예측 가능하고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들이 난무하지만, 완성도를 들이 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치유적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렌탈 패밀리’는 7년 전 일본 도쿄로 이주한 미국인이자 아마추어 배우인 ‘필립’(브랜든 프레이저)의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근근이 단역을 맡고 있지만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중이다. 특별히 나아질 것 없는 일상에서 필립은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누군가의 대행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다. 친구가 없는 사람에겐 하루 동안 친구가, 잊혀가는 배우에겐 화려한 과거를 떠올리게 해줄 기자로, 본 적도 없는 아버지가 그리워지기 시작한 소녀에게는 일일 아버지가 되어준다. 그렇게 필립은 잠깐이지만 절실한 존재로 도시 전역을 활약하게 된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히카리는 2011년 단편 ‘츠야코’의 연출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감독이다. 그녀는 17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현재까지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따라서 ‘렌탈 패밀리’ 속 필립이라는 존재는 감독 히카리가 투영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성인에 가까운 상태에서 낯선 땅으로 떠나고, 그 땅에서 살기로 한 외국인 말이다. 영화 속에서 ‘가이진(外人)’, 즉 외국인이라는 표현과 언어가 반복되는 것도 감독의 자조적인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역할 중 필립이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미아’의 아버지 ‘브라이언’ 역할이다. 그녀의 엄마는 싱글맘으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미아를 안쓰럽게 여겨 대행 업무를 의뢰한 것이다. 또한 미아가 최고급 사립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점점 더 필립을 아빠라고 믿고 따르는 미아를 위해 그는 새로운 영화 작업을 포기하고 ‘브라이언’ 역할에 헌신을 다한다. 그러나 미아와 필립이 마침내 사립학교의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친 날, 그녀의 엄마는 필립에게 작별을 고한다
‘렌탈 패밀리’가 가진 치유의 힘은 엄청나다. 그것은 영화의 크고 작은 서사적 결점과 미숙함을 덮어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하고 강렬하다. 감독은 자신의 예명 ‘히카리(빛)’처럼 실로 영롱하고 포근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겨울의 끝자락인 지금, 모두에게 절실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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