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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쪽박' 이기면 '대박'…5조원 벌어들인 기업의 정체

입력 2026-03-01 17:40   수정 2026-03-02 00:36

기업 법률 비용에 투자해 돈을 버는 영미식 금융 기법인 ‘소송금융(litigation funding)’이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그동안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 정도로 인식됐지만, 최근 한국 기업의 해외 분쟁이 늘면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소송금융사 버포드캐피털은 지난 1월 한국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소송금융의 일종인 ‘제3자 펀딩(TPF·third party funding)’을 본업으로 한 글로벌 기업이 첫 국내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버포드는 작년 기준 75억달러(약 10조8500억원) 규모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운용자산만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소송금융 시장은 206억달러(약 29조7500억원) 규모다.

글로벌 소송금융사들은 국내 기업의 해외 분쟁 수요 증가에 주목하고 있다. 신정아 버포드 한국지사 대표는 “건설·기술·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분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일부 리걸테크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소송 승패에 수백억 판돈…"국제 분쟁 240억 투자해 1兆 수익"
법적 분쟁이 투자 기회로
국내 바이오 기업 메디톡스는 2022년 3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특허와 관련해 분쟁을 벌이던 휴젤을 제소했다. 미국 소송 전문 로펌 퀸이매뉴얼을 선임한 메디톡스는 최대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법률 비용을 소송금융을 통해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세계 1위 소송금융사 버포드캐피털의 한국 진출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분쟁 대응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수백억원에 이르는 해외 소송 비용을 외부에서 조달해 법률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데다 패소 위험도 투자자에게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기업과의 접점 확대로 다양한 법률 리스크에 직면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적극적인 법률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패소하면 ‘쪽박’, 승소하면 고수익
1일 버포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09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37억6700만달러(약 5조4500억원)를 회수했다. 누적 투하자본수익률(ROIC)은 83%에 달한다. 투입 자본 대비 약 1.8배를 회수한 셈이다. 아르헨티나 에너지 기업 YPF 국유화를 둘러싼 소송이 이 같은 수익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뉴욕지방법원은 작년 아르헨티나 정부에 161억달러(약 23조원) 배상을 명령했고, 주주 측에 1660만달러(약 240억원)를 투자한 버포드는 항소심 결과에 따라 10억달러(약 1조4400억원) 이상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송금융은 분쟁 당사자가 제3자로부터 법률비를 지원받고, 사건이 마무리되면 배상금·합의금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제3자 펀딩(TPF·third party funding) 방식으로 작동한다. 투자금은 패소할 경우 전액 손실 처리되지만, 기업은 원금 상환 의무가 없다. 집단소송 시장이 발달한 영미권을 중심으로 성장한 소송금융 시장은 영국 버포드캐피털·테리움캐피털·오거스타벤처스, 호주 옴니브리지웨이·LCM 등이 주도하고 있다.

소송금융사는 철저한 법률 실사를 거쳐 투자할 대상을 선택한다. 계약서와 증거 자료, 법률대리인 의견서, 분쟁 보고서 등을 종합 검토한 뒤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친다. TPF 자문사 리틱에쿼티파트너스의 이태헌 변호사는 “10건이 접수되면 1건 정도만 승인될 만큼 심사가 엄격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그간 해외 기업이 TPF를 활용해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주로 알려졌다. 미국 GLS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영국 나노코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퀀텀닷(QD) 특허 침해 소송이 대표적이다. 양측은 2023년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에 합의했다. 나노코는 약 100억원에 달하는 법률 비용을 소송금융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의 특성상 해외 법률 서비스 비용은 매년 늘고 있다. TPF와 같은 자금 조달 수단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해외에 법률 서비스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25억2300만달러(약 3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09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023년 18억달러, 2024년 21억달러로 급증했다.

TPF는 이미 국제적으로 확고한 분쟁 대응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제중재센터도 최근 중재 규칙을 전면 개정해 TPF 활용 시 소송금융사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홍콩, 싱가포르 등의 주요 중재기관도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법조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분쟁을 기피하지 않는 만큼 해외 분쟁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갑유 법무법인 피터앤김 대표변호사는 “국제 분쟁에서 기업이 리스크를 지지 않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접점이 많은 한국 기업들의 활용 가능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금융

기업이나 개인이 소송, 국제중재 등에 필요한 법률비용을 제3자(투자자)로부터 지원받고, 승소 또는 합의로 사건이 마무리되면 배상금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금융 기법으로 ‘제3자 펀딩’으로도 불린다

박시온/허란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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