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가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에 맞먹는 2시간에 걸쳐 판결 이유를 낭독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혈투를 총정리하고, 수없이 지샌 밤들을 위로해 주는 하나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민 전 대표와 연예기획사 하이브 간 255억원 규모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소송에서 민 전 대표를 대리해 전부승소한 법무법인 세종의 이원(사진 왼쪽)·이숙미 변호사는 1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측 주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확신했다”면서도 “쟁점 하나하나에 대한 대중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던 터라 상당히 고된 소송이었다”고 돌이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그 자회사 어도어를 떠나면서 하이브를 상대로 풋옵션 행사에 따른 대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12일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것이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종은 소송이 진행되는 내내 승소를 확신했으나, 후반부 들어 여론을 쥐고 흔든 하이브 측 주장을 방어하는 데 고도의 집중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은 7차례 변론을 거치는 동안 591개의 증거가 제출되는 등 양측의 공방이 특히 치열했다.
두 변호사는 “(소송 상대방인)하이브 측은 본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어도어 설립 전 있었던 일들과 민 전 대표 해임 후 있었던 일들을 연결 지은 스토리텔링을 펼쳤다”며 “의혹 제기에 불과한 데도 하이브 측이 해당 주장을 반복하니 재판부도 현혹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이야기 간 연결고리를 잘라내고, 의혹별로 반대 증거를 제시하며 실체적 진실을 변론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브 측이 주요 증거로 제시한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관련해 “개인 간 사적 대화는 장기간 형성된 친밀감에 바탕해 이뤄지기에 생략과 은유가 많다”며 “대화의 맥락과 화자의 대화 습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세종 측은 설명했다. 두 변호사는 “그 맥락은 제삼자가 아무리 설명하더라도 각색일 뿐,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정확할 수 없다”며 “민 전 대표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주요 변론 전략으로 세웠고, 사건의 실체를 (재판부에) 이해시키는 데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K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인기 아이돌의 활동 중단 문제와 얽혀 있는 이번 소송은 진행되는 내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세종 측은 이번 법원 판결이 “국내 엔터업계에 창작 윤리와 건전한 시장 질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중돼야 함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민 전 대표가 템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을 통해 ‘뉴진스 빼내기’를 시도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아이돌 그룹 간 컨셉의 유사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다.
세종은 이번 소송이 국내 엔터업계에 “창작 윤리와 건전한 시장 질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중돼야 함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민 전 대표가 템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을 통해 ‘뉴진스 빼내기’를 시도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아이돌 그룹 간 컨셉의 유사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다.
두 변호사는 “창작 윤리와 유통 질서, 그리고 아이돌 멤버들의 개성과 인격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민 전 대표의 소신과 진정성이 법원을 설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측이 판결에 즉각 항소했다. 2심이 진행된다면 최대 쟁점은 템퍼링이 될 전망이다. 민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1심 승소에 따라 자신이 받게 될 수백억 원을 포기하는 대신 모든 법적 분쟁을 멈추자고 하이브 측에 전격 제안한 상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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