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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 불가피해도 '韓·美 이익균형 맞추기' 필수

입력 2026-03-01 17:45   수정 2026-03-02 00:10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1 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하기로 했다. 2007년 처음 신청이 들어온 후 19년 만의 결정이다. 안보 시설을 가리는 등 일정 요건을 준수하면 구글도 차량·도보 길 안내 서비스 등 디지털 지도를 활용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20년 가까이 지도 반출을 막은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통상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 관세를 앞세워 한국을 압박 중인 미국을 달래기 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은 지도 규제 완화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디지털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며 고정밀 지도 반출, 온라인 플랫폼 규제 폐기 등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정부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면 관세 폭탄을 맞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구글 지도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 증진 등 지도 반출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작지 않다. 하지만 반대급부 없이 일방적으로 내주는 방식의 협상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고정밀 지도는 버리는 카드로 쓰기는 아까운 관세협상 지렛대다.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 잠재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지도까지 확보하면 국내 기업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도 한국은 국내 기업에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미국 빅테크는 국내 통신사에 과도한 트래픽에 대한 대가인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정보 수집, 앱 장터 수수료 등도 제멋대로다. 미국 빅테크는 내규를 앞세워 규제를 우회하고, 과징금이 나오면 소송으로 맞서는 전략을 쓴다. 국내 업체는 ‘괘씸죄’가 무서워서라도 하지 못하는 대응이다. 고정밀 지도를 반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다른 것을 얻어내는 것이 협상의 정석이다. 이참에 역차별 규제도 걷어내야 국민 공감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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