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선보인 노트북 신제품인 ‘갤럭시북6 울트라’는 462만~493만원, ‘갤럭시북6 프로’는 260만~351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프로 모델 기준 가격이 최대 70만원 올랐다. 삼성이 1년 전 출시한 갤럭시북5는 ‘프로’ 단일 모델로만 출시됐고, 출고가는 사양에 따라 176만8000~280만8000원이었다. LG전자의 노트북 신제품 ‘LG그램 프로 AI 2026’도 16인치 모델(512GB 제품 기준) 출고가가 314만원으로 1년 전 모델 대비 20%가량 올랐다.
삼성전자가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핵심 부품인 메모리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1.50달러로, 전월(9.30달러) 대비 23.66% 상승했다. 2025년 4월(1.65달러)과 비교하면 7배 가까이 올랐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모델과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과거 10~15% 수준에서 30% 안팎으로 높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메모리플레이션에 따른 출고가 인상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말 샤오미가 출시한 스마트폰 신제품 ‘17 울트라’의 시작 가격은 6999위안으로 전작 대비 500위안 인상됐다. 세계 최대 PC 제조사인 레노버도 오는 3월부터 씽크패드(ThinkPad)를 포함한 주요 상업용 PC 라인업의 공급 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맥미니가 품귀를 빚는 것은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내장된 반도체 대비 출고가가 저렴하다는 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맥미니의 기본 모델은 16GB 메모리를 갖췄고 M4칩으로 구동된다. 맥미니에는 16GB LPDDR5(저전력 D램)가 들어가는데, 단일 램 가격만 온라인에서 30만~40만원에 팔린다.
아이폰 사용자는 내년 9월 출시될 아이폰18을 기다리기보다 17시리즈를 서둘러 장만하기도 한다. 신제품의 출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애플은 저장 메모리인 낸드플래시를 일본 키오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올 1분기 계약에서 공급가 인상 ‘두배’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서 납품받는 저전력 D램 가격도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업체에서 메모리를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램을 사고파는 ‘램테크’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중고나라가 최근 3개월(2025년 11월~2026년 1월) 거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메모리 관련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9.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범용 D램인 ‘DDR4’ 거래량은 322.8%, ‘DDR5’는 527.4% 증가했다.
메모리플레이션은 PC,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자동차산업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인다. 차량용 메모리 품귀가 심화하면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을 넘어 생산 차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차량용 메모리로 주로 활용되는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 D램의 1월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845% 급등했다.
중국 전기차 회사인 리오의 윌리엄 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한 콘퍼런스에서 “올해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비용 압박은 원자재가 아니라 최근 미친 듯이 오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라며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올해 내내 자동차에 엄청난 원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 공급 부족 절정 달할 듯…노트북 출하량 14.8% 감소 예상
2일 투자은행(IB) 키뱅크에 따르면 인텔과 AMD는 서버용 CPU 가격을 최대 15%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CPU는 인도에 걸리는 시간이 과거 8~10주에서 최근 24주 이상으로 늦어지는 등 공급에 비해 수요가 급증했다. 오픈AI,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은 생성형 AI 구동을 위해 인텔에 대규모 CPU 주문을 넣었지만,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최근 “데이터센터에서 CPU ‘쇼티지’(품귀)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 1분기 공급 부족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버용 CPU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컴퓨터용 CPU도 영향을 받는다. 서버용 제품이 생산라인을 잡아먹으면, 컴퓨터용 CPU 생산에 할당되는 물량이 줄어 가격이 덩달아 뛴다. 이에 따라 업계는 CPU 가격 급등이 컴퓨터 가격을 밀어 올려 수요를 줄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PU는 노트북 원가의 15~30%를 차지하는 가장 비싼 부품이다. 트렌드포스는 “결국 CPU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올 1분기 노트북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4.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컴퓨터용 CPU 가격을 10% 올린 인텔이 조만간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세계 1위 CPU 제조사인 인텔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서버용 CPU에 생산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CPU 외 다른 부품들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고성능 PCB가 대표적인 예다. PCB는 CPU, GPU, 메모리 등 반도체를 올려 배선으로 연결하는 기판으로, 노트북 뼈대 역할을 한다. PCB값 인상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많아지면서 구리 가격이 급등하고 마더보드(메인 기판)의 크기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PCB는 구리가 원가의 60%를 차지한다. 트렌드포스는 “높은 PCB 가격은 장기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컴퓨터 스펙이 높아지면서 마더보드 크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트북에서 저장장치 기능을 수행하는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도 올 1분기 전 분기 대비 70% 상승했다. D램 계약 가격 역시 같은 기간 80% 뛰었다. SSD는 D램과 함께 노트북 원가의 10~25%를 차지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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