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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부실채권 상·매각, 작년 8조 넘었다

입력 2026-03-02 17:02   수정 2026-03-02 17:03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장부에서 털어낸 부실채권 규모가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섰다.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도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는 내수 침체에 정부의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채권 상·매각 매년 증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지난해 총 8조4234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 처리했다. 전년(7조438억원) 대비 19.6%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은행권 부실채권 처분 규모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로 2022년 2조2815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2023년 5조3619억원, 2024년 7조438억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에는 8조원대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다. 이후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매각하거나 아예 장부에서 지우는(상각) 방식으로 부실을 털어낸다. 당장 일정 부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건전성 지표를 방어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

은행권의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이 이뤄진 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해서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상환 여력이 고갈되면서 은행 건전성이 직격탄을 맞은 여파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규모 부실 처분에도 연체율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채권 정리보다 신규 연체가 발생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손해를 감수하며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는데도 위기 대응 역량은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0%를 기록했다. 2021년 말(0.21%) 저점을 찍은 뒤 4년 연속 상승했다. 2015년 말(0.5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이 뛰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0.72%로 전년 동기 대비 0.10%포인트 올랐고, 대기업 연체율(0.12%)도 0.09%포인트 상승했다.
◇생산적·포용 금융에 건전성 부담
부실채권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도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평균 175.6%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0.7%포인트 떨어졌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연체 3개월 이상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의 비율로, 은행 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에 대비가 잘 돼 있다는 의미다.

올해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역량은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포용 금융 기조가 은행들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따라 혁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으로 자금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내수 침체로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모험 자본을 무리하게 늘리면 향후 대규모 부실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 등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을 맞춘 포용 금융도 연체 위험이 큰 분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내수 침체 장기화와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로 부실채권 규모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우량 기업을 꼼꼼하게 선별하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등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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