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직후인데도 로봇 휴대폰을 체험하려면 줄을 10분 넘게 서야 합니다.”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6 개막 첫날, 관람객의 관심은 온통 중국으로 쏠렸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Honor)엔 ‘로봇 스마트폰’을 체험하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처음 공개된 ‘아너 로봇 폰’은 후면에 달린 ‘카메라 로봇’으로 눈길을 끌었다. 로봇 팔처럼 스스로 피사체를 따라 움직이며 촬영 각도와 구도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너는 개막 시간인 오전 9시에 맞춰 직접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무대 위에서 춤추게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 유럽 통신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인공지능을 장착한 피지컬 AI 단말기라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이 MWC에 대거 등장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을 향한 절박한 상황이 있다. 미국의 기술 제재로 북미 시장 진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 기업은 유럽·중동·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중국 내부 시장에서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 산업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자 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밖에 없게 됐다. 화웨이 관계자는 “미국이 주도하는 라스베이거스 CES가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국 기업들에 MWC는 글로벌 B2B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대”라며 “유럽 통신사와 중동 기업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행사이기 때문에 참가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WC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중국 기업의 실행력이 놀랍다는 평가다. 노키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보여주는 기술 수준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개념 단계에 머물렀던 피지컬 AI 기술을 불과 1년 만에 실제 제품 형태로 구현해 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아너 로봇 폰’만 해도 퀄컴의 최신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장착됐다. 고성능 CPU·GPU와 강화된 NPU를 결합해 영상 인식과 피사체 추적, 사용자 행동 패턴 학습 등을 클라우드가 아니라 스마트폰 내부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은 중국 기업의 부스 앞에서 스마트폰,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직접 체험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MWC가 네트워크 기술 중심 행사였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AI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로 바뀌었다”며 “그 변화의 중심에 중국 기업이 있다는 점이 이번 MWC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MWC를 “스마트폰 전시회에서 AI 인프라 산업 행사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통신 산업이 단순한 연결 서비스에서 로봇·자율주행·도시 인프라를 움직이는 AI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기술 기업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시장 곳곳에는 물건을 옮기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차량,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피지컬 AI 기술이 등장했다. 통신 기술이 단순한 데이터 전송 인프라를 넘어 로봇·자율주행·스마트시티 등을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MWC의 공식 주제인 ‘IQ(Intelligent Quotient) 시대: AI 중심 지능형 연결’에서도 확인된다. 이동통신 산업의 중심이 연결에서 지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할 통신 기술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위성 기반 초연결 네트워크, AI가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하는 AI-RAN, 차세대 무선 규격인 와이파이8(Wi-Fi 8), 그리고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6G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우주 기반 통신 기업인 SpaceX의 존재감이 커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그윈 쇼트웰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외신도 이번 MWC를 통신 산업의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유럽 기술 연구기관들은 “AI가 산업 전반에 실제로 적용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네트워크가 AI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신 전문 매체들도 올해 MWC를 두고 “AI 실험 단계에서 인프라 경쟁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까지 AI가 개념과 실험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네트워크·데이터센터·위성 통신 등 실제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르셀로나=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