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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임금 또 마이너스 악몽"…호르무즈 봉쇄에 日 물가 '비상'

입력 2026-03-02 18:19   수정 2026-03-02 18:50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일본에선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물가 상승이다. 원유 등 자원 가격이 급등하면 일본은행이 내건 2% 물가 안정 목표를 크게 넘어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실질 임금의 지속적 상승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수입하는 원유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에너지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데, 이란에 의한 사실상 운항 금지가 장기화하면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원유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작년 6월 미국의 이란 공격 전후로 원유 가격이 20% 상승한 전례를 근거로 “이번에는 최대 35% 정도 올라 (현재 배럴당 60달러대에서) 90달러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말했다. 그는 “공격이 장기화하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마노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35%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는 0.5% 상승 압력을 받는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휘발유 감세 및 전기·가스요금 보조가 물가를 0.9%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책의 절반 정도는 원유 급등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작년 말 기준 254일분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원유 공급이 중단될 우려가 생기면 비축유 방출이 허용된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비축유 방출과 관련해 “현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임금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된다. 다카이치 정권의 물가 억제책 효과로 실질 임금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이르면 올해 1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원유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다시 마이너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경제조사부장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실질 임금 플러스 유지 시나리오가 무너진다”며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31%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질 임금 마이너스가 지속되면 일본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활기를 되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엔저도 문제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7엔대까지 상승(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달러당 157엔대를 기록한 것은 2월 9일 이후 처음이다. 원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일본의 무역 적자가 커지면 실수요 측면에서 엔 매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엔 약세,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일본은행은 엔저 등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방침이다.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날 중동 정세 급변 속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 “방침 자체에 변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르면 4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일본에선 주가도 급락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5영업일 만에 하락하며 전 거래일 대비 1.35% 떨어진 58,057에 마감했다. 미국 주가 하락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위험 회피 매도세가 강해졌다. 다만 해외 단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장 정책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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