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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전망 "100달러 이상" vs "당분간 80달러대 거래"

입력 2026-03-02 20:42   수정 2026-03-02 21:3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방공 시스템과 해군력을 겨냥한 공격을 지속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이 중단될 경우 국제 유가가 얼마까지 오를 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는 안할 것이며 인프라 시설에 대한 타격이 있지 않는 한 80달러 대에서 당분간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2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은 9.3% 급등한 79.40달러까지 오르며 52주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9% 이상 상승한 73.1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3일간의 상승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3월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공격 이후 최대 규모의 국내 정유 시설을 이 날 폐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이어 이란의 보복으로 중동 전역의 석유 및 가스 시설들이 예방적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했다.

해당 지역에 대한 공격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이라크 쿠르디스탄의 대부분 석유 생산과 이스라엘의 가스전 몇 곳의 가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이집트로의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공방전으로 유조선 3척이 손상되고 1명이 사망한 사건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브렌트유는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19% 이상 상승했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약 17% 상승한 가격에 거래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에너지정보청(EIA)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 제품은 작년 기준 하루 평균 약 2,000만~2,100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석유 물동량의 25%를 차지한다. 가스 역시 수송량의 20% 이상이 지나간다.

이 해협의 수송량중 80%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대만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20%는 유럽으로 향한다. 사우디와 UAE 등이 홍해 쪽으로 향하는 육상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으나 수송량은 미미한다.

아직까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달 28일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초단파 송신으로 통행 금지를 통보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실시간 해상 수송 상황을 볼 수 있는 사이트인 마린 트래픽에서도 확인된다.


출처= 마린트래픽 닷컴

테헤란 현지 시간으로 2일 오후 1시 기준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가운데 부분이 거의 비어 있는 상태이다. 대부분의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포함한 200척 이상의 배가 호르무즈 양쪽 해협 주변에 정지해있다.

화면에서 삼각형 모양은 운항중인 배이고, 동그라미는 운항을 중단하고 서있는 배 상태를 나타낸다.

이란이 공식적으로 봉쇄를 밝히진 않았더라도 하루 전 3척의 배가 손상하고 선원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부분 운항 중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유가가 최대 108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석유 재고량이 782만 7천 배럴로 74일치 수요에 해당하며, 이는 역사적 중간값 수준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의 분석가들도 지속되는 갈등 속에서 이번 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 사이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맥스 레이튼이 이끄는 씨티그룹 분석가들은 "우리의 기본 전망은 이란 지도부가 교체돼 1~2주안에 전쟁을 멈출 만큼 충분히 변화하거나, 미국이 지도부 변화를 확인하고 긴장 완화를 결정하고 이란의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썼다.

분석가들은 에너지 순수출국이지만 세계 최대 연료 소비국인 미국도 분쟁이 장기화해 유가가 높아질 경우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휘발유 선물 가격은 전 날 한 때 9.1% 급등한 갤런당 2.496달러를 기록하며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분쟁으로 미국의 소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2월에 미국 증시가 작년 4월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한 시장에서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유가 급등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국채 투자 전망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국채 수요가 늘며 수익률은 하락할 수도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에 파급돼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 수익률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인프라가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는 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에너지 전문 분석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설립자 겸 연구 책임자인 암리타 센은 이 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당분간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센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는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폐쇄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선박에 대한 개별 공격은 예방하기가 더 어려운만큼 일회성 공격이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주말 동안 유조선 세 척이 공격을 받은 후, 화물 운송업체들이 입항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센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중동에서 어떻게 원유를 확보하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오만과 UAE의 일부 송유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를 경유하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석유를 운송하는 비상 계획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센은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을 입을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지만 (어느 쪽이든)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가능성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OPEC+는 이에 앞서 4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만 6천 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RBC 캐피털의 분석가 헬리마 크로프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모든 OPEC+ 산유국이 사실상 최대 생산 능력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흐 비롤 사무총장은 중동 주요 산유국들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IEA는 선진국들이 비상시 전략 석유 비축량을 방출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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