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올해 이스라엘에 총 80억 달러(약 10조6000억원)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단행한다. 지난달 2일 확정된 예산안으로, 이란과의 전쟁 등 중동 안보위기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이번 예산안에선 대통령 긴급 권한을 발동해 지하 시설 파괴를 위한 '대터널' 기술 협력과 드론 공습에 대비한 레이저 방공망 '아이언빔'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33억 달러의 대외군사 금융지원(FMF)은 법 발효 후 30일 이내 즉시 이스라엘에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3년 10월 개전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2024년 전쟁 첫해 미국의 이스라엘 군사원조는 179억달러, 지난해 78억 달러로 전쟁 전(38억달러)에 비해 최소 두 배로 늘었다. 이란과 '국가 대 국가'로 처음 맞붙은 지난해부터는 신속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원조의 핵심은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다층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 국방부는 ‘이스라엘 협력 프로그램’ 명목으로 총 5억 달러(약 6650억 원)의 예산을 별도 편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장거리 방공망인 ‘애로우’ 시스템이다. 고고도 방공망인 ‘애로우 3’ 공동 생산에 1억 달러를 투입한다. 항공기 기반의 장거리 탐지 레이더 개발 등 시스템 전반의 고도화를 위한 ‘애로우 성능 개량 프로그램’에 1억7300만 달러를 별도 배정했다.
중고도 방어 체계인 ‘다윗의 돌팔매’에는 연구개발(R&D) 1억2700만 달러와 공동 생산 4000만 달러 등 총 1억6700만 달러가 투입된다. 단거리 로켓 요격의 핵심인 ‘아이언 돔’에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통한 공동 생산 물량을 포함해 6000만 달러 규모의 타미르 요격미사일 추가 조달이 이뤄진다.
주목할 점은 전체 FMF 중 2억5030만 달러를 이스라엘 현지 방산업체의 부품 및 서비스 구매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현지 조달’ 조항이다. 이는 이스라엘 자체 방산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규 예산 외에 신규 기술 및 긴급 지원 항목도 강화됐다. 미 국방부는 ‘신흥 기술 협력’ 및 ‘대드론·지향성에너지’ 항목을 통해 이스라엘의 레이저 방공망 ‘아이언 빔’의 실전 배치를 앞당길 계획이다. 요격당 수 달러에 불과한 비용 효율성을 갖춘 이 시스템에 미 국방부의 기술 공유가 집중되고 있다. 이란과 하마스·헤즈볼라의 지하 거점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터널’ 기술 협력에도 별도 자금이 투입된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도 선명하다. 이번 법안은 군사 지원에 사용되는 철강판 등 주요 소재에 대해 반드시 미국이나 캐나다산을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이스라엘 지원을 통해 자국 방산 공급망까지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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