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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지금은 세월호 참사 당시처럼 국민 앞에 엎드릴 때"

입력 2026-03-03 18:08   수정 2026-03-03 19:10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국민의힘)의 문제입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 착잡한 심정을 내비치며 이같이 말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잘못하는 것이 많고 국민의힘이 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부터 통렬한 참회와 반성, 대국민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친윤'의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그는 스스로를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역사의 죄인"이라고 공개 자복했다. 지난달 16일과 22일 연이어 SNS와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당시 그는 "저는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며 "12·3 비상계엄을 끝내 막지 못했고, 결국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또 "왜 우리는 눈앞의 적보다 서로를 향해 분열하는 자폭의 정치를 반복했나"라며 "우리가 지난 정부부터 뺄셈 정치에 매몰돼 이익집단화된 것은 아닌지, 보신주의에 갇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아닌지 저 자신부터 묻는다"라고도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정 운영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과 분열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 지도자의 책임은 법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보듬고 고개 숙이는 용기, 그것이 보수 재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초 옥중에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게 “역사적인 결자해지를 해달라”는 취지의 편지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보수가 분열하고 여당을 견제할 힘이 사라진 안타까운 현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메시지를 내달라는 취지였다.

윤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이 살아삼는 길은 세월호 직후처럼 무조건 사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고 여당이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그해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됐을 때와 흡사한 정국이라고 본 것이다. 당시 언론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급락해 몇 달 남지 않은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에서 대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당시 한 일간지에선 "민심 이반에 지지율 추락…與 '벼랑'"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나왔다. 불똥이 떨어진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납작 엎드렸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눈물의 대국민 사죄를 했고 당에서도 자성과 사죄의 발표를 이어갔다. 당시 당 사무총장으로 선거전략을 이끈 윤상현 의원은 "선거운동이랄 것도 없었다.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라며 국민께 사죄하는 게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그해 6·4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이 17곳 시·도지사 중 8곳에서 승리해 선방하고 기초단체장은 다수를 휩쓸었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선 15곳 중 11곳에서 승리하며 당시 호남에서 첫 당선(당시 이정현 의원) 기록을 내세우는 전국적으로 대승했다. 당시 언론에선 '야당, 충격의 참패', '야당이 심판당했다' 등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윤상현 의원의 대국민 사죄 발표 이후 동조하는 의원도 생겨나고 있다. 국민의힘 4선 중진인 이헌승 의원은 지난달 26일 SNS를 통해 "여소야대의 기울어진 정국 속에서도 무사안일과 보신주의에 매몰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정치적 갈등도 풀지 못했다"며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안타까운 국가적 비극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께 제대로 사과하는 일이 먼저였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민께 사과드리고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야말로 합리적인 보수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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