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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兆 재고 산더미…전 세계가 술 끊는다 [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6-03-11 15:05   수정 2026-03-11 15:06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 이를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1.8%를 제시했는데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보다 높은 2.1%로 보고 있습니다. 1%에 불과했던 작년보다 경제성장률이 두 배가량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실제 경제의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는 주가가 먼저 반응하고 있습니다. 2월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5900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렇게 경기가 풀리면 수혜를 보는 업종이 있죠. 대표적인 게 주류 산업인데요. 과거에는 요즘 같은 ‘불장’일 때, 혹은 경기 호황기 때 주요 상권이 들썩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고 해요. 서울과 경기뿐 아니라 전국의 주요 상권, 유흥가가 썰렁하다고 합니다.
하이트진로 실적만 봐도 이런 사실이 나타나는데요. 이 회사의 작년 4분기 매출은 9% 넘게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도 4분기에 적자를 냈습니다. 이 회사의 맥주 매출은 내수 시장에서 31%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술 자체를 멀리하는 ‘헬시 플레저’, ‘노 알코올’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영향입니다. 주류 산업에 불어닥친 ‘한파’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다시 회복할 가능성은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세계적인 주류 소비 감소

주류산업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국내 주류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죠.

예컨대 캐나다 몰슨과 미국 쿠어스가 합병한 몰슨쿠어스 매출은 작년 4분기에 2.7% 감소했고 세전 이익은 23.1% 급감한 2억663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몬델로 맥주로 유명한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도 2026 회계연도 3분기(2025년 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든 22억22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주류 부문인 모에헤네시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 줄어 53억5800만 유로를 기록했어요. 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나 폭락했습니다. 세계 1위 스카치 위스키 기업 영국의 디아지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7% 감소하며 성장이 멈췄습니다. 특히 중국 시장 매출이 9%나 급감했고 동남아시아 시장도 7% 하락하며 글로벌 주류 시장의 한파를 맞았죠.

주류 산업 전반의 판매 부진은 인구 구조와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입니다. 우선 젊은 사람들이 술을 덜 마시고 있습니다. 여론 조사기관 갤럽이 작년 8월 내놓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음주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4%로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건 1970~80년대 7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내려간 겁니다. 최근 2년 새 음주율이 특히 떨어졌는데요. 18세부터 34세까지 젊은층이 이 추세를 주도했습니다. 음주율이 무려 9%포인트 떨어졌어요. 이유는 명백합니다. 음주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커진 탓입니다. 설문 응답자 53%가 해롭다고 답했는데 이건 2000년대 초반의 20%대 수준에서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입니다.

한국도 비슷합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20대의 하루 주류 섭취량은 1년 전인 2023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한 64.8g에 불과했습니다. 전 연령 가운데 유일하게 주류 섭취가 줄었습니다. 20대의 주류 섭취는 60대보다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술을 적게 마시는 대신 젊은 세대는 뭘 할까요. 운동을 우선 꼽을 수 있어요. ‘오운완’이란 말이 있습니다. MZ세대가 ‘오늘 운동 완료’ 했다며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술자리 대신 러닝, 테니스, 농구 같은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죠. 또 퇴근 이후에 자신의 취미를 즐기는 것도 최근 추세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데 술 마시는 데 돈 쓰는 것을 아깝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실 음주는 돈이 많이 들죠. 음식점에서 소주, 맥주 몇 병만 곁들여도 10만원 이상 쉽게 나오죠.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값비싼 술을 마신다면 비용은 껑충 뛰고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올 1월 중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캄파리, 브라운포맨, 레미쿠앵트로 등 상장 주류업체 5곳의 숙성 증류주 재고가 2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2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수치라고 하고요. 디아지오의 경우 매출 대비 재고 비율이 작년 43%까지 높아졌어요.

◆담배·콜라는 극복했는데 술은?


사실 몸에 해로운 것을 기피하는 현상은 비단 술에 국한하지 않아요. 이런 트렌드에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게 담배입니다. 미국의 흡연율은 1960년대 40%를 넘었는데 2021년에 11.6%까지 떨어졌습니다. 특히 젊은층의 흡연율은 평균보다 훨씬 낮은 3.8%에 불과했어요. 한국도 2024년 기준 평균 흡연율이 16.7%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럼 담배 회사들은 다 죽었느냐.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은 406억 달러로 전년 대비 7.3% 늘었습니다. 매출총이익은 273억 달러로 11.1% 증가했고요.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큰 연초, 혹은 궐련에서 전자담배로 사업 방향을 완전히 바꾼 게 주효했습니다.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포함한 ‘스모크 프리’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약 169억 달러에 달했어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했죠. 한국의 KT&G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어요. 매출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한 약 6조5700억원, 영업이익은 13.5% 늘어난 1조3400억원에 달했어요.

콜라도 담배와 비슷했습니다. 비만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2000년대 초반 콜라 퇴출 운동까지 벌어졌죠. 실제 코카콜라는 이 시기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냅니다. 맛은 유지하면서 설탕만 뺀 ‘제로 슈거’ 제품을 내놓았거든요. 이 제품 덕분에 코카콜라 매출은 2010년대 중반 저점을 찍고 계속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연간 매출 479억 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어요. 제로 슈거 제품이 14%나 급성장한 게 컸습니다.

하지만 주류 시장에선 이 같은 혁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담배처럼 니코틴만 추출한 전자담배를 만들 수도 없죠. 알코올만 별도로 추출해서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반대로 알코올만 뺀 제품을 팔자니 이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알코올을 뺄 경우 ‘술’이란 정체성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시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것은 취하고 싶어서일 텐데요. 알코올을 빼면 취할 수가 없죠. 현재 팔리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와인의 경우 술의 대체재라기보다는 술자리에 어울리고 싶은 사람을 위한 틈새 상품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주류 산업의 앞날은 어둡기만 한 걸까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일본 사케 산업 사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케 역시 일본에서 수십 년간 사양 산업이었습니다. 젊은층이 외면하면서 소비량이 전성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죠. 하지만 사케 회사들은 ‘양’이 아닌 ‘질’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닷사이’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쌀을 깎아내는 정미율에 따라 등급을 철저히 나누고 와인처럼 음식과 페어링 하는 문화를 확산했어요. 단순히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라 고급 요리와 함께 즐기는 경험을 판 겁니다. 그 결과 사케 수출액은 최근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본주조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작년 사케 수출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459억 엔, 수출 물량은 8% 늘어난 3355만 리터를 기록했습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도 최근 증류식 소주 등 고가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비싼 술을 내놓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담배가 전자담배로 변신하고 사케가 미식의 상징이 됐듯 우리 주류 산업도 알코올의 중독성에 기대던 과거의 관성을 버려야 할 겁니다. 술을 마시는 ‘문화’와 ‘공간’의 가치를 어떻게 재창조하느냐가 생존의 열쇠인 듯합니다. ‘물장사’가 최고였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물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무알코올 시대의 역설 앞에서 우리 주류 기업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안재광 한국경제신문 기자 jka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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