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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취업 보장" 믿었다가 낭패…AI 자격증 절반은 '유령 인증'

입력 2026-03-03 17:46   수정 2026-03-04 00:58


취업준비생 A씨는 최근 SNS 광고를 보고 ‘인공지능(AI) 프롬프트 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등록했다가 낭패를 봤다. “100% 취업 보장”이라는 홍보 문구와 달리 실제 교육 내용은 유튜브 무료 강의 수준이었고, 자격증을 발급받으려면 추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 자격증은 등록만 돼 있을 뿐 제대로 된 시험 운영 실적조차 없는 ‘무늬만 자격’이었다.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AI 관련 민간자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시험조차 치르지 않는 ‘유령 자격증’이 적지 않아 자격 신뢰도 하락뿐만 아니라 소비자 피해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가운데 관련 자격을 입증할 마땅한 수단이 사라진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자격 등록만 하고 시험은 안 봐
3일 민간자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자격 명칭에 ‘AI’가 포함된 민간자격은 2022년 24건에서 2025년 326건으로 3년 만에 13배 이상 폭증했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AI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관련 민간자격이 급증한 것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AI 분야에 등록된 185개 민간자격을 분석한 ‘2025년 자격정책 실태조사’에 따르면 분야별 등록 자격에서 생성형 AI 및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41.6%로 가장 많았고 AI 리터러시(17.5%), 데이터 분석(15.0%)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AI 활용 능력과 관련한 자격이다.

하지만 실제 자격 검정(시험)을 시행한 비율은 57.8%에 그쳤다. 나머지 42.2%는 자격 종목으로만 등록됐을 뿐 단 한 차례도 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격증 시험을 치를 운영 역량이 되지 않는 기관들이 일단 ‘AI’ 타이틀을 선점하고 보자는 식으로 등록에만 열을 올린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험을 운영 중인 자격증들도 규모가 영세하다. 검증 경험이 있는 자격 중 1년간 자격 응시자 수를 조사한 결과 10명 이상~50명 미만이 42.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10명 미만은 12.4%에 달했다. 응시자가 300명 이상인 자격은 7.6%에 불과했다.

이처럼 민간자격이 난립하는 것은 자격증 자체가 전문성 검증보다는 교육 상품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자격을 개발한 이유로 ‘기존 교육 프로그램 이수자에게 자격증을 주기 위해’라고 답한 비율이 19.7%에 달했다. 자격이 기관에서 운영 중인 교육과정을 수료했음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AI 자격 운영기관의 62.9%는 세 개 이상의 자격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민간자격 난립 현상은 전체 자격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민간자격 등록 건수는 2022년 5572개에서 2023년 6176개, 2024년 6398개로 증가한 데 이어 2025년에는 7369개로 사상 처음으로 7000건을 넘어섰다. 폐지 자격도 2721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AI 자격 뜨지만…역량 입증 쉽지 않아
정비되지 않은 민간자격과 관련 교육 시장의 난립은 취업이 절박한 청년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크다. 최근 생성형 AI 확산으로 관련 직업이 떠오르고 있지만 단기 인턴 등 실무 참여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고도화된 자격 취득은 전공자가 아닌 이상 어렵다.

AI 관련 신기술 자격을 민간이 주도하면서 평가 기준이 제각각이라 취득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AI 및 데이터 활용 입문 수준을 평가할 마땅한 국가자격이 없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있는 현행 AI 관련 국가기술자격은 정보처리기사처럼 개발 중심이거나 빅데이터분석기사처럼 고난도 자격들이다.


게다가 AI 기술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데 국가자격시험의 출제 및 관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국가자격 신설은 ‘죽은 지식’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우수한 민간자격을 ‘국가 공인 자격’으로 승격해 공신력을 부여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AI와 관련 유일한 국가 공인 민간자격은 ‘AICE(AI Certificate for Everyone)’다. 코딩 지식이 없는 비전공자를 위한 ‘베이식’(Basic) 등급부터 전문가용까지 단계별로 구성돼 실질적인 AI 활용 능력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국 고용노동부 직업능력평가과장은 “국가자격 신설보다는 현장에 안착한 우수 민간자격을 국가 공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 자격제도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김대영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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