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처럼 전문 기관투자가가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 체결 속도를 높이고 가격 변동성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상장 직후 과도한 가격 급등과 해외 대비 국내 거래가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기형적 시장 왜곡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국회와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발표할 디지털자산기본법에 시장 조성 행위를 합법화하는 규정을 담을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주식시장에서 운용되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가상자산 시장에 이식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성자는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호가를 양방향으로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다. 촘촘한 호가창을 형성해 거래 체결 속도를 높이고,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슬리피지(거래 예상가와 실제 체결 가격의 차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국내 증시뿐 아니라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같은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시장조성자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시장 조성 행위가 사실상 금지돼 있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시장 조성 행위는 시세조종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성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안착시키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1원에서 벗어나는 디페깅이 발생했을 때 시장조성자는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역할을 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추후 허용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적 유통을 위해선 시장조성자의 역할이 필수”라고 말했다.
코인시장 양성화 힘 싣는 당국
현재 기관투자가와 일반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사실상 막혀 있는 탓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매매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이 구조에서는 특정 시점에 수급이 쏠리면 호가가 얇아지면서 가격이 쉽게 왜곡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발표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라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투자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재단·프로젝트가 전문 기관과 유동성 공급 계약을 맺는 형태도 유력하다. 신규 상장 가상자산의 경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널뛰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조성자 역할이 필수적이다. 자산운용사가 상장지수펀드(ETF)를 발행할 때 증권사 2~3곳을 유동성공급자로 지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빗썸 등 거래소가 직접 시장조성을 하는 것은 자전거래가 될 수 있어 금지될 것”이라며 “국내에 새로 생길 가상자산 매매 업체나 해외 기관이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에 시장조성자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가상자산=투기 자산’이라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가상자산을 새로운 산업의 한 축으로 인식하며 시장조성자 제도를 도입해 시장을 더욱 양성화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시장조성자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법정화폐 등에 가치가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기준 가격에서 이탈할 때 시장조성자는 즉각적인 차익 거래를 통해 가치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역할을 한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시장조성자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 호가를 양방향으로 제시해 투자자가 언제든 매매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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