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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조선·AI '오일머니 프로젝트'…이란 공격에 '연쇄 좌초' 공포

입력 2026-03-03 17:54   수정 2026-03-04 01:45

삼성그룹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이 들어선 서울 서초동 사옥은 3·1절 연휴 때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있는 중동·북아프리카(EMEA) 총괄법인이 올리는 긴급 보고를 토대로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사장)이 회의를 챙겼다. 중동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챙기는 ‘전략 시장’. 전쟁이 확산하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E&A 등이 수주했거나 투자한 수십조원 규모 스마트시티·원전·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 갈수록 커지는 ‘중동 리스크’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지난달 28일만 해도 한국 기업들의 관심은 온통 유가와 해상 운임에 쏠렸다. 이란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유의 7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선 만큼 유가 상승과 해상 운임 상승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유가가 오르면 ‘산업의 쌀’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상승하는 만큼 기업들은 원가 압박에 짓눌리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한국 수출은 0.39% 감소하고 기업의 생산원가도 0.38% 상승한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혀 홍해 등으로 돌아가면 해상 운임이 최대 80% 올라가는 만큼 자동차, 가전, 타이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또 다른 부담을 안는다. 이란이 2일(현지시간) 사우디와 카타르의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타격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 대형 프로젝트 좌초 가능성
이처럼 이란이 반격 대상을 사우디, 카타르 등의 미군 기지에서 일반 인프라 시설로 확대하자 국내 기업은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중동에 뿌려놓은 각종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좌초할 가능성이 생겨서다.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모두 148곳이다. 과거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네옴시티 등 스마트시티 관련 네트워크 인프라와 조선,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주요 기업이 수주했거나 투자한 중동 프로젝트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동 수출액은 136억8600만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수주한 건설 프로젝트는 하나같이 조(兆) 단위다.

업계에선 사우디 네옴시티에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 아랍에미리트(UAE)의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등으로 협력 분야가 확대된 걸 더하면 한국의 중동 프로젝트 규모는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및 국영 해운사 바흐리 등과 합작해 현지에 조선소를 짓고 있는 HD현대그룹도 좌불안석이다. 만에 하나 이란의 공격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HD현대그룹은 중동 지역에 근무 중인 임직원 130여 명을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인프라 시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LG전자가 지난해 네옴시티와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HVAC 일감을 따내는 등 국내 기업들은 중동 국가들이 추진하는 첨단 프로젝트에 여러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 방산업계는 수혜 가능성
방산업계는 전쟁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휩싸였다.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수록 방공망과 지상무기, 항공 전력 증강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가가 이날 일제히 급등한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개발한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을 도입한 UAE와 사우디, 이라크가 주문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UAE에 배치된 천궁은 최근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성과를 냈다.

황정수/김진원/임근호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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