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오르면 ‘산업의 쌀’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상승하는 만큼 기업들은 원가 압박에 짓눌리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한국 수출은 0.39% 감소하고 기업의 생산원가도 0.38% 상승한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혀 홍해 등으로 돌아가면 해상 운임이 최대 80% 올라가는 만큼 자동차, 가전, 타이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또 다른 부담을 안는다. 이란이 2일(현지시간) 사우디와 카타르의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타격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모두 148곳이다. 과거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네옴시티 등 스마트시티 관련 네트워크 인프라와 조선,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주요 기업이 수주했거나 투자한 중동 프로젝트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동 수출액은 136억8600만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수주한 건설 프로젝트는 하나같이 조(兆) 단위다.
업계에선 사우디 네옴시티에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 아랍에미리트(UAE)의 AI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등으로 협력 분야가 확대된 걸 더하면 한국의 중동 프로젝트 규모는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및 국영 해운사 바흐리 등과 합작해 현지에 조선소를 짓고 있는 HD현대그룹도 좌불안석이다. 만에 하나 이란의 공격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HD현대그룹은 중동 지역에 근무 중인 임직원 130여 명을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인프라 시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LG전자가 지난해 네옴시티와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HVAC 일감을 따내는 등 국내 기업들은 중동 국가들이 추진하는 첨단 프로젝트에 여러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개발한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을 도입한 UAE와 사우디, 이라크가 주문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UAE에 배치된 천궁은 최근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성과를 냈다.
황정수/김진원/임근호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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