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컬리가 이번 성과에 대해 “단기적인 요행이 아닌 지난 4~5년에 걸친 구조적 개선의 결과”라고 했다. 컬리는 4일 실적 발표를 통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2조3671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이자,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다.
김종훈 컬리 경영관리총괄(CFO)은 이날 “재무적으로 보면 이제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투자했던 자산들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수익성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사업의 볼륨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컬리의 지난해 전체 거래액(GMV)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3조5340억원을 기록하며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평균 성장률의 2배를 웃돌았다.
김 CFO는 이번 흑자 달성이 일시적인 비용 절감 덕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비즈니스 자체가 한두 달 만에 확 튀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이미 예상을 했던 흐름이며, 고정비와 변동비의 비중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점진적으로 바뀌어 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포·평택·창원 물류센터 고도화를 통해 매출원가율을 전년 대비 1.5%포인트 낮춘 구조적 혁신이 131억원의 영업이익을 만들어낸 핵심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수익 다각화의 핵심인 3P(오픈마켓)와 광고 사업에 대해서는 냉정한 진단을 내놓았다. 지난해 풀필먼트(FBK)를 포함한 3P 거래액은 54.9% 급증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 수준이다. 김 CFO는 “쿠팡은 광고와 3P가 거래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우리는 이제 막 수익화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모객된 고객을 어떻게 광고와 3P로 연결해 수익을 극대화할지가 향후 과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네이버와 손잡고 출시한 ‘컬리N마트’ 등 외부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모객 전략’임을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와의 협업이 당장 큰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지만, 컬리의 자체 모객 비용보다 네이버의 넓은 유저 베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 관점에서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상으로 기존 컬리 이용자와 엔마트 고객은 거의 겹치지 않아 신규 유입 효과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수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쿠팡에 상품이 100개 있다면 우리는 10개 수준일 것”이라며 “식품을 제외하면 쿠팡의 물량을 우리가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고, 이탈 고객은 주로 네이버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외부 요인보다는 컬리 자체의 체력이 개선된 것이 이번 흑자의 메인 드라이버였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관심사인 IPO(기업공개) 재추진에 대해서는 기존의 신중론을 유지했다. 김 CFO는 “이번에 사상 최대 매출과 첫 연간 흑자라는 성적표를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상장 계획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IPO에 대한 입장은 예전과 동일하며, 숫자가 좋아졌다고 해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흑자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한 만큼, 시장의 평가를 더 차분하게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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