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전격 공습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 향방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실장은 4일 “유가를 낮출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변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증산”이라며 “하지만 해협이 막히면 증산도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이란의 원유 수출 물량은 하루평균 150만 배럴 수준이다. 김 실장은 “이는 사우디와 UAE의 유휴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는 충분히 대체 가능한 규모”라며 “이란 물량이 시장에서 차단되면 두 나라가 빈자리를 메우고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전제는 해상 수송의 정상화다. 김 실장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며 “해협이 실효적으로 봉쇄돼 상당 기간 통항이 중단되면 국제 유가는 더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배럴당 130달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서방 제재로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약 3%가 차질을 빚었고, 당시 유가는 개전 이전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130달러 수준까지 약 50% 급등했었다. 현재 시장 전망치는 당시와 비슷한 수급 충격을 가정한 숫자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2차 오일쇼크 당시 중동산 공급이 약 10% 줄면서 유가가 150% 이상 급등했던 적도 있다.
이번 개전 직전 유가는 배럴당 65달러 선이었다. 김 실장은 “이번에는 해협 봉쇄라는 추가 변수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유가가 100달러를 크게 웃돌려면 시장이 ‘호르무즈 장기 봉쇄’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타격도 예상된다. 한국의 원유 도입 물량 중 70% 이상이 중동산이다. 사우디와 UAE의 일부 유정이 호르무즈 해협 밖 항구로 연결돼 있지만,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 국내 정유 공정에 최적화된 유종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정유업계의 대체 물량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원유가격 상승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중장기적으로 유가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실장은 “미국 신규 셰일 유정의 평균 손익분기점(BEP)이 60달러 후반 수준”이라며 “유가가 50달러대로 하락하면 신규 시추가 위축돼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로선 물가 안정을 위해 저유가가 필요하지만, 지나친 하락은 미국 셰일업계에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