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강 이북 14개 구의 소형 아파트값 평균이 KB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8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북 지역의 소형 아파트값이 8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강 이북 14개 구(종로·중·용산·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은평·서대문·마포구)의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값은 평균 8억1459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6억9854만원)과 비교하면 16.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면적별 상승률을 비교하면 서울 강북 14개 구 아파트 중에서 전용 60㎡ 이하인 소형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형(전용면적 135㎡ 초과)이 15.06%, 중소형(전용 60㎡ 초과∼85㎡ 이하, 14.35%) 순이었으며, 중대형(전용 102㎡ 초과∼135㎡ 이하, 11.54%)과 중형(전용 85㎡ 초과∼102㎡ 이하, 11.38%)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 폭을 보였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북한산힐스테이트7차' 전용 59㎡는 지난달 28일 10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1월에 거래된 가격인 10억3500만원에 비해 한 번에 4500만원 뛰었다. 같은 동에 있는 '북한산현대홈타운' 전용 59㎡도 9억5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 행진에 가세했다.
노원구에서도 초소형 거래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나왔다. 강북권 최대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 월계동의 '미륭·미성·삼호3차'(미미삼)의 전용 59㎡는 지난달 10일 11억원에 팔렸다. 불과 엿새 전인 지난달 4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9억6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강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한강 이남 11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양천·강서·영등포·동작·관악·구로·금천구)에서도 소형일수록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달 한강 이남 11개 구의 소형 아파트값 평균은 11억6971만원으로 1년 전(9억2515만원)에 비해 26.43% 급등했다. 중소형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 14억6461만원에서 18억2111만원으로 24.34% 올랐다.
주목할 점은 최근 1년 사이 소형과 중소형 아파트의 상승률 추이가 역전됐다는 것이다. 장기 추세인 10년 상승률과 비교하면 최근의 소형 강세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강 이남 11개 구의 경우 지난 10년간 중소형 상승률(226.05%)이 소형(199.51%)을 압도했으나, 최근 1년 사이에는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강 이북 14개 구에서도 2016년 2월 대비 10년 상승률은 소형(181.50%)이 중소형(166.74%)을 앞섰으나, 최근 1년 동안에는 소형(26.43%)이 중소형(24.34%)보다 많이 올랐다. 최근 들어 업계 일각에서 '국민평형'을 기존 84㎡에서 59㎡로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과거에는 주택 선택 시 거주의 쾌적성을 고려한 '면적'이 주요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면적보다 '입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한정된 자산 안에서 자산가치 상승 여력이 높은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소형 아파트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안에서도 핵심지와 외곽 지역 간의 자산가치 상승 속도가 현격히 벌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사두면 언젠가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의 법칙이 깨졌기 때문에, 학습 효과를 얻은 수요자들이 면적을 포기하더라도 향후 가치가 보장되는 핵심지 소형 아파트를 최선의 선택지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위원은 "불안한 임차 시장 환경과 인구·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할 때, 이 같은 '선택과 집중' 현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트렌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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