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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보다 정비사업 통한 공급이 필요한 때[권대중의 경제 돋보기]

입력 2026-03-09 05:00   수정 2026-03-09 17:30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과 올해 1·29 대책을 통해 중장기 주택공급 목표를 내놨다. 이처럼 공급 목표를 내놓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착공 목표와 입주 물량은 다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시장은 몇 년 뒤 공급되는 수만 호보다 지금의 입주 물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당장 들어갈 입주 물량이 없으면 매매도 전세도 모두 가격은 오른다.

도심 주택공급의 핵심은 재건축·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정부의 대출규제로 결국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까지 영향을 받으면 사업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이주비 대출이 부족하면 건설사가 추가 이주비를 대여하는 형태가 있으나 요즘처럼 건설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사가 이주비를 무상으로 대여하지는 않는다. 결국 급증한 금융비용은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으로 돌아온다.

정비사업은 주민 동의를 받는 데에만 보통 3~4년이 소요되며 행정절차도 5~7년 정도 소요되어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레이스 사업이다. 재건축은 토지 등 소유자 70% 동의로 조합인가를 받지만 재개발은 75%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재건축보다 재개발사업 지역에서 소유자에게 동의를 받기가 더 어려운데 오히려 받아야 하는 동의율은 더 높아 형평에 맞지 않다. 여러 심의 절차 과정마다 공공기여나 기부채납 등으로 발목을 잡는 사례가 많아 사업은 더 늦어진다. 추진위원회 단계의 비용과 행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재건축 안전진단에 대한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주민들을 대변할 도시계획 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공공기여 산정의 합리성과 사업성을 보정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어렵게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조합인가를 득하더라도 사업성 부족, 인허가 지연, 공공기여 부담, 초기 용역비 조달, 이주비 조달 등의 문제가 겹치면 어느 조합이든 속도를 내기 어렵다. 그런데 정비사업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은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 규제지역 내 정비사업지역 보유 주택은 사업 진척에 따라 팔지도 못한다. 이제 서울은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재건축사업은 조합인가 이후, 재개발사업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재건축도 같은 정비사업인데 조합인가가 아닌 관리처분인가 이후 지위 양도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래야 이주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주택을 매도할 수 있고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여야를 떠나 주택공급과 서민 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필요한 제도 보완과 지원이 절실한 시기이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말의 강도가 아니라 얼마나 시장을 이해하는지에 달려 있다. 정부와 시장은 균형과 조화의 대상이 돼야 한다. 실질적으로 양적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실천할 때 국민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공급의 통로를 묶어놓고 규제만 강화하면 결국 시장은 ‘똘똘한 한 채’로 더 쏠린다. 이는 양극화를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주거 양극화와 부동산 불로소득을 막으면서 단기 주택공급 효과의 3마리 토기를 잡는 정책이라면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선별적 맞춤형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규제는 핀셋처럼 정교하게, 공급은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금융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다시 구성되어야 한다. 세제도 단발성 충격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세제·금융·공급의 로드맵을 한 장의 시간표로 제시하되 억울하거나 피해를 보는 국민이 없도록 면밀히 검토하여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관련 부처 장관 등 관계자들의 적극적 행정이 필요한 시기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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