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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입력 2026-03-05 15:45   수정 2026-03-05 15:46

소나무류는 우리 숲의 약 28%를 차지하고 조경수 및 분재 시장의 핵심 자원이자 송이·잣 등의 다양한 임산물을 제공하는 중요 수종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생태·경관·문화적 상징성을 함께 지닌 나무다. 그러나 외래 병해충인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소나무림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북미 토착 병해충인 소나무재선충은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던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속에 기생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하면서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1988년 부산에서 처음 발생한 재선충병은 수차례의 확산과 소강을 거치다가 2023년부터 다시 증가돼 현재 전국 162개 시·군·구로 피해가 확산됐다. 특히 겨울과 봄철 온도 상승은 매개충의 월동 치사율을 낮추고 우화 초일을 단축시켜 재선충병에 의한 소나무류 피해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감염목의 무단 이동 등 사회적 요인까지 더해지며 확산 위험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재선충병으로부터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제정하고 철저한 예찰·감시 체계와 더불어 감염목과 주변 고사목을 모두 제거하는 ‘박멸’ 중심의 대응에 무게를 둬 왔다. 이러한 전략은 병해충의 정착 이전의 단계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2007년과 2014년 재선충병 대발생 당시 피해량을 감소 추세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재선충병 발생 지역이 전국으로 확산돼 정착 단계에 들어서면서, 대응 전략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이제는 재선충병의 발생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박멸 중심의 ‘추격형 전략’에서, 재선충병의 확산 길목을 선제적으로 봉쇄하는 지속가능한 관리 중심의 ‘차단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선충병 방제 실행계획의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중장기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산주와 임업인 등 전 국민이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소나무재선충병 국가방제전략(2026∼2030년)’을 수립했으며, 재선충병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과제들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방제전략의 주요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국가 차원의 재선충병 확산 저지선을 구축하고 지역별 맞춤형 방제를 추진한다. 방제대와 실행 구역으로 구성된 이중 방어 구조의 폭 4㎞이상 국가방제벨트를 전국적으로 구축해 매개충의 이동을 물리적으로 차단한 뒤, 아직 피해가 경미한 지역은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방제역량을 집중해 청정지역으로 조기 전환한다. 반면 집단·반복 발생 지역은 솎아베기와 수종전환을 병행하는 근원적 방제를 추진해 재선충병의 재발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낮추고자 한다. 즉 재선충병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동시에, 재선충병에 취약한 수종을 기후변화를 고려한 재해에 강한 수종 또는 지역 특화 수종으로 전환함으로써 산림 구조를 자체를 재설계하는 선제적 전략이다.

둘째, 국가-광역-지역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전략 체계를 제도화한다. 재선충병은 행정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한 지자체의 방제 공백은 인접 지역의 위험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앞으로는 국가 차원의 재선충병 중장기 방제 전략을 수립해 권역별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시·도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실행 전략을 마련하며, 시·군·구는 매년 사업 구역별 세부 방제 방법과 예산을 구체화하는 체계를 확립한다. 아울러 전문가·지역주민· 환경단체·임업인·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방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해 전략 수립과 평가, 현장 모니터링과 환류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공감대와 투명성을 함께 확보한다.

셋째, 재선충병 방제를 환경과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플러스 정책으로 전환한다. 파쇄비와 훈증비 상향 등 방제 비용을 현실화하고, 확산 방지 조치를 전제로 피해목이 전국 목재산업체계에서 이용될 수 있도록 이동 규제를 합리화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뿐만 아니라, 방제 이후 건강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수종전환에 참여하는 산주에 대한 공익직불금을 도입해 산주의 숲경영 참여를 통한 재선충병 안심 숲을 확대하고 지역 환경과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마지막으로, 재선충병 방제사업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술 개발을 통한 방제 방법의 혁신을 도모한다. 재선충병 방제 기간 현장점검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방제 사업 품질을 투명하게 관리·평가하기 위해 현장특임관 등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감시체계를 확립한다. 또한 예찰과 진단에 소요되는 인력 소요와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감염의심목 선별을 자동화하는 라이다(LiDAR)·인공지능(AI) 기반 예찰 체계를 구축하고 재선충병 유전자 진단키트를 확대 보급한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물리·화학적 방제에서 벗어난 친환경 방제 기술 개발과 재선충병에 내병성이 있는 우수 개체를 증식·보급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소나무림은 약 71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귀중한 자산이다. 재선충병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산림 생태계와 지역경제,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 대응의 방향은 분명하다. 발생 이후를 따라가는 추격이 아니라, 확산 이전에 길목을 막는 차단이다. 단순히 나무를 베어내는 방제가 아니라, 보존해야 할 소나무 숲은 지키고 건강한 숲을 재창조하는 과정이다. 국가 주도의 전략적인 재선충병 차단 정책과 지방정부와의 유기적 협력이 뒷받침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재난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전환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우리 소나무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국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패러다임 전환의 때이다.

■ 박은식은…

△광주광역시 출생(56세)
△광주 숭일고
△서울대 임학과
△서울대 산림자원학 석·박사
△기술고시 36회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사무차장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
△산림산업정책국장
△산림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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