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3월 1일까지 3일간 도쿄의 미니 시어터를 순회하며 한국과 일본의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극장의 존재 가치와 독립영화의 상생에 대해 토크하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예술영화관 연합과 커뮤니티 시네마 센터는 그동안 깊은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극장을 방문하고 팬데믹 기간에도 아트영화관과 한일 독립영화들이 상생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등 활발한 협업을 해 온 바 있다.
흥미로운 상영과 토크들 가운데, 이번 영화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벤트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연출작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 (이하 ‘미스터 김’)를 상영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대담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미스터 김>은 김 위원장이 지난 3년간 해외 영화제와 역사적인 영화관들을 방문하며, 팬데믹 기간 동안 존재 위기를 겪었던 ‘극장’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프로젝트다. 차이밍량,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창동 감독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거장 영화인들과 인도네시아, 한국, 인도의 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다큐멘터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는 김동호 위원장, 즉 ‘미스터 김’이 작은 몸을 이끌고 눈이 펑펑 내리는 베를린에서 영화제의 상영작들을 보러 극장에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스터 김은 90세에 가까운 현재에도 볼 영화들을 수첩에 적어 리스트를 만들고, 도시 전역의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다닌다. 그를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아마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의 전 위원장보다 영화를 지독히도 사랑하는 한 노인으로 비춰질 듯하다.
사실상 미스터 김의 그러한 ‘숭고함’은 이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전제이기도 하다. 영화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한 인물의 여정, 그리고 그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의 현재. <미스터 김>은 바로 김동호라는 영화광의 발걸음과 그와 비슷한 (영화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는 그의 찬구들을 통해 극장의 필연성을 조명하는 기록물이다.
따라서 이번 커뮤니티 시네마와 예술영화관 연합의 존재 가치를, 그리고 극장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행사의 상영작으로 그의 영화는 그 어떤 작품보다도 적합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는 시부야의 전통적인 예술영화관이자 시네필들이 가장 사랑하는 미니 시어터 중 하나 인 유로스페이스에서 상영되었다. 145석으로 이루어진 상영관은 몇 석을 제외하고 관객으로 가득했고 대부분 일본 관객들이었다.
이날 관객들이 유독 북적였던 이유는 영화가 가진 흥미로운 주제도 있지만, 상영 후에 마련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와의 대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김동호 위원장의 오랜 친구로서 김동호 위원장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와 그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 <청년, 동호> (김량, 2025) 에도 중요한 인터뷰이로 등장한다.


상영 후 대담은 니혼대학교 교수이자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아 섹션 프로그래머인 이시자카 켄지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그가 김동호 위원장에게 던진 첫 질문은 역시 이 영화의 탄생에 대한 것이었다. 김동호 위원장은 원래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인촌에 관련한 다큐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마련했으나, 이런 저런 조건으로 본인이 더 친숙한 주제인 극장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게 되었다고 답했다.
동시에 이 영화를 통해 극장으로 관객을 다시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다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초반부터 상영해준 부산국제영화제와 김동호 위원장에게 늘 은혜를 갚고 싶었고, 이번 기회가 매우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이 특히나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이야기가 담겨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김동호 위원장에게 코로나의 영향을 받은 해외의 극장들을 직접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물었다. 김동호 위원장은 특히 일본을 언급하며 코로나가 확산 된 상태에서도, 그리고 끝난 직후에도 이전의 관객 점유율 70%를 회복한 것을 보며 매우 놀랐다고 답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일본의 미니 시어터들, 작은 예술영화관들이 각 극장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그 고정관객층이 극장을 유지해 준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며 어쩌면 이런 극장만의 고유한 프로그램이 극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일본에서 유독 미니 시어터가 살아남는 이유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수치상으로는 회복을 했는지 몰라도 다양성은 회복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역시 미니 시어터가 많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극장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팬데믹 기간 동안 후카다 코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함께 ‘Save the Cinema’ 라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음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이고, 그것이 다시 극장을 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담 행사는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 협회와 예술영화관 관계자들에 감사를 표하고 한일 간의 교류가 더욱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김동호 위원장의 인사로 막을 내렸다. 그다지 길지 않은 대담이었지만, 90세에 가까운 나이에 ‘감독 데뷔’를 마친 이 노장에게 관객들은 꽤 감동을 받은 듯했다. 과연 영화광 김동호의 행보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그의 국경 없는 극장 탐험은 분명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도쿄=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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