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5일 11: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투자자(LP)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운용사(GP)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제도 개편에 감독 당국이 동의하면서 사모펀드 운용 구조 전반에 작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정치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 조회 회신에서 사모펀드 운용사 변경 절차를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과 관련해 “현행 시행령에서 이미 규정된 사항을 법률로 명문화하는 것은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투자자의 직접적인 운용 지시 확대 등과 관련해서는 집합투자 제도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 투자자의 75% 이상이 동의할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집합투자업자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와 투자신탁에서 수익자총회, 주주총회, 조합원총회 등을 통해 운용사 교체를 결정할 수 있는 절차와 요건을 법률로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투자신탁은 수익자총회에서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집합투자업자 또는 신탁업자를 변경할 수 있다. 투자회사와 투자합자회사, 투자유한책임회사 등 일반 사모집합투자기구 역시 동일한 75%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면 운용사 교체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운용사는 해당 의결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의견서에서 "집합투자업자 변경을 수익자총회 결의 사항으로 규정하는 내용은 이미 시행령에 반영돼 있다"며 "이를 법률 차원에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제도 정합성 측면에서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운용 구조는 기본적으로 사적자치 원리에 따라 규약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다만 개정안에 포함된 '일상적인 운용 지시' 범위 조정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융위는 "특정 투자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거나 이른바 OEM 펀드(투자자 지시대로 운용되는 불법 펀드)를 양산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오히려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도 일상적 운용 지시 여부는 규제 취지와 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감독당국이 핵심 쟁점에 대해 수용 가능한 의견을 밝히면서 입법 논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투자자와 운용사 간 갈등을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 ‘센터필드’를 둘러싸고 이지스자산운용과 주요 투자자 간 매각 갈등이 불거진 사례 등이 이번 입법 논의에 불을 지핀 직접적인 계기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형 기관투자가의 발언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운용업계에서는 투자자 75% 동의만으로 운용사 교체가 가능해지면 장기 투자 전략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복지위원회와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청회 등을 열어 금융당국과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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