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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정경선·신중하 ‘성과 증명’은 아직, 승계 길 닦기는 시작

입력 2026-03-10 06:00   수정 2026-03-10 10:31





국내 주요 보험사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섰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까지. 1980년대생인 이들은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사회공헌, 인공지능(AI) 혁신이라는 각자의 키워드를 앞세워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공통 과제는 하나다. ‘성과로 증명하는 승계’다.
◆글로벌로 승계 길 닦는 김동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한화그룹 3형제 가운데 금융 부문을 맡고 있다. 그룹 내 역할 구도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승계 구도는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

최근 (주)한화가 지주사 인적분할을 통해 테크·라이프 부문을 먼저 분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신설 지주회사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설립해 그 아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비전,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아워홈 등 7개 기업을 둔다. 기존 지주사에는 방산·조선·에너지·금융 등이 남는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오션과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보험 등 12개 기업이 속한다.

향후 관심은 금융 부문의 독립 가능성이다. 다만 금융은 조 단위 자산 규모와 엄격한 금융 규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영역이다. 지주 체제 전환을 전제로 할 경우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대규모 자본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

(주)한화가 한화생명 지분 43.2%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0.03%에 그친다. 지배력을 위한 지분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금융지주를 출범시켜 독립하게 되면 그만큼 자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김 사장이 전면에 내세운 카드는 ‘글로벌’이다.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 해외 사업 확장을 주도 중이다. 성과도 냈다.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을 인수했다(지분 40% 취득).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에 진출한 첫 사례다. 7월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를 인수하며 미국 본토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거래 금액은 각각 3200억원, 2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미국, 베트남 등 해외 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1180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8분의 1 정도다.

최근엔 중동 진출도 모색 중이다. 아부다비를 중동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생명은 2024년 아부다비에 주재사무소를 세웠고 한화생명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도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 팀장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듬해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전사혁신실 상무, 미래혁신총괄 등을 거쳐 2023년 최고글로벌책임자(CGO)에 올라 사장으로 승진했다.

◆ESG와 수익성 관리로 존재감 키운 정경선

“사실상 실세죠.”

현대해상 내부에서는 정 부사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몽윤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부사장은 보험사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늦게 업계에 합류했지만 존재감만큼은 빠르게 키우고 있다. ESG와 사회공헌을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1986년생인 그는 2023년 말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현대해상에 합류하며 당시 38세로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통상 현업을 거쳐 경영 수업을 밟는 여타 보험사 오너 3세들과 달리 외부 활동을 기반으로 곧바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소셜벤처 지원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와 사회적 가치 투자사 ‘HGI’를 설립하며 쌓은 경험이 배경이 됐다.

정 부사장 합류 후 현대해상에는 2년간 인사 태풍이 불었다. 1960년대생 임원들이 물러난 자리를 1970년대생이 채우는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회계·테크·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했다.

정 부사장의 직속 조직 위상도 높아졌다. 2024년 말 지속가능실 소속 수석전문위원들이 핵심 보직 임원으로 이동했고 반년 만에 조직은 ‘지속가능본부’로 격상했다. 올해는 임원 직위 체계도 개편했다.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 운영하면서 정 부사장 역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직위가 조정됐다.

정 부사장이 CSO로서 부여받은 역할은 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보험계약마진(CSM) 전환배수 관리 등에 집중해 미래 이익 기반을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관련 조직을 통해 수익성 지표를 정교하게 관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CSM은 보험사가 장기 보험계약을 통해 장래에 인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부채로 계상한 금액이다. 통상 CMS 수치가 클수록 보험사가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한다. 신계약 CSM은 보험사의 영업 경쟁력과 미래 수익 창출 기반을 가늠하는 지표다. 신계약 CSM이 늘어나면 계약 마진이 좋다는 뜻이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CSM 잔액은 8조90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조2477억원)와 비교하면 약 7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연중 고점과 대비하면 감소폭이 다소 컸다. 다만 신계약 부문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연간 누적 신계약 CSM도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CSM 배수 개선이 영향을 줬다. 2023년 4분기 10.3배였던 현대해상의 CSM 배수는 2024년 4분기 14.1배, 지난해 4분기 15.8배를 기록했다.

◆디지털·AI 중심 경영으로 승계 명분 쌓는 신중하

교보생명 후계 1순위로는 신창재 회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가 거론된다. 그는 2024년 말 임원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정경선 현대해상 부사장과 비교하면 늦게 임원직에 오른 셈이다. 1981년생으로 나이도 셋 중 가장 많다. 하지만 다른 3세들보다 실무 경험은 많다.

신 상무는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다. 팀장·임원으로 바로 시작한 다른 3세들과 대비된다. 미국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다녀온 뒤 2021년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에 재입사했다. 이후 디지털 분야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디지털혁신 신사업 팀장직을 수행했고 2022년 5월 교보생명 차장으로 인사해 그룹데이터전략팀장으로서 데이터 체계 구축과 디지털전환을 담당했다. 그룹데이터전략팀은 신 회장 직속으로 2022년 말 신설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남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25년 말 교보생명은 전사적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며 AI 중심 경영 체계를 본격화했다. 신 상무가 핸들을 잡았다. 그는 기존에 맡고 있던 그룹경영전략담당을 겸임하며 전사 AX 전략 수립과 실행을 동시에 총괄한다. 교보생명은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분산돼 있던 AI·데이터·디지털 기능을 전사 AX 체계로 묶었다.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신 상무가 맡게 되면서 업무 범위와 무게감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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