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기업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공시한 뒤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1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페이퍼컴퍼니는 신사업은커녕 투자금을 빼돌려 A기업 사주에게 제공했다. 사주는 이 돈을 전세금과 골프 회원권 구입비로 썼다. 반면 A기업은 주가가 폭락해 상장폐지되면서 소액주주들은 상당한 손실을 봤다. 국세청은 사주·회사로부터 16억원을 추징하는 동시에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기업 27개와 관련자 200여명을 조사했다. 국세청은 허위공시, 전문 기업사냥꾼, 사익편취 지배주주 관련 조사를 통해 소득 탈루액 2576억원을 추징하고 46건(고발 30건, 통고처분 16건)에 조세 범칙 처분을 했다.
국세청은 허위공시와 관련해 9개 기업을 조사해 1857억원의 탈루를 확인하고 946억원을 추징했다. 예컨대 B기업 사주는 매출이 없어 회사가 상장폐지될 위기에 직면하자 다른 업체와 공모해 허위 매출을 공시했다가 적발됐다.
국세청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와 관련해 10개 기업을 조사해 1220억원을 추징하고 2건을 통고 처분할 예정이다. 탈루액수는 3665억원이다. 자동차 부품 상장사인 B사의 사주는 자신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비상장법인의 주식을 자녀에게 헐값에 증여하면서 회사를 이용했다. 임직원이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싸게 매도하도록 하면서 회사 시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자 주식 7만 주를 자녀에게 증여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이익 64억원을 몰아줬다.
국세청은 이처럼 주식을 저가로 증여받은 사주 자녀 등에게 증여세 42억원과 법인세 43억원 등 90억원을 추징했다.
또 다른 회사의 사주는 상장 직전에 주식을 자녀에게 미리 증여했다. 단기간에 주식 가치가 9배나 상승해 자녀들은 1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8개 기업을 조사해 기업사냥꾼을 적발하고 탈루액 633억원을 파악해 총 410억원을 추징하고 1건을 통고처분했다.
기업사냥꾼이자 사채업자인 D씨는 차명으로 설립한 법인으로 금속 패널 제조 상장법인 E사를 인수했다.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해 차명 보유 주식을 가장·통정 매매하는 방법으로 8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 주가조작에 쓰인 자금도 E사를 통해 조달했다. 이 회사 대주주가 주가조작 세력이라는 점이 알려지자 주가는 60% 이상 급락해 소액주주는 피해를 봤다. 국세청은 D씨에게 차명주식에 대한 명의신탁 증여세 35억원, 양도소득세 31억원, 차명 법인 법인세 등 총 70억원을 추징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주가조작 목적의 허위 공시 기업과 상장사를 사유화해 사익을 편취한 지배주주 등의 탈세는 주식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위"라며 "기업 이익을 빼돌리는 '터널링' 등의 지배구조 문제,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 관련 탈세에는 일관되게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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