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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장의 시선이 교차하며 묻는 ‘윤리적 딜레마’

입력 2026-03-05 16:01   수정 2026-03-05 17:04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문학계 ‘스타 작가’가 문학이라는 공통 언어로 한 자리에 모였다. 소설가 김연수와 히라노 게이치로가 ‘윤리적 딜레마’를 화두로 집필한 신작을 엮은 중단편선 <근접한 세계>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공유하며 동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와 공명을 담아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은 고인이 된 사진작가의 아틀리에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사진 목록을 발견한 주인공 가스미의 번민을 다룬다. 진실을 덮고 회고전을 완수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릴 것인가. 작가는 일기, 신문 기사, SNS 타임라인 등을 교차 편집하는 입체적 구성으로 독자에게 무엇을 용서하고 폐기할 것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김연수의 ‘우리들의 실패’는 국정 개입 사건에 연루된 인물 ‘손동하’를 인터뷰하는 기자의 시선을 따라간다. 대의를 위한 자기희생과 단 한 번뿐인 인생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저자는 ‘결단’의 가치를 역설한다. 도덕경의 구절처럼 ‘짚으로 만든 개’와 같이 무력한 존재일지라도, 매 순간 어떤 인간이 될지 선택해야 한다는 문학적 선언이 울림을 준다.

두 소설은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논리를 넘어 각자의 진실 앞에서 번민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타인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상상력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두 작가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세계를 이해하는 확장된 시야를 선사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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