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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G엔솔 '눈물의 결단'…테슬라 배터리서 'LG화학' 대신 '엘엔에프'

입력 2026-03-05 17:00   수정 2026-03-05 18:25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1위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납품하는 배터리 물량에 같은 계열사인 LG화학의 양극재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테슬라가 강도 높게 요구하는 ‘고에너지 밀도’ 소재 혁신 스펙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침체) 장기화 속에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소재 업체는 계열사라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냉혹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에 니켈 비중을 94% 이상으로 끌어올린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를 적용하는 속도전에 돌입했다. 신형 모델Y 롱레인지, 사이버트럭 등을 시작으로 전 모델에 도입할 예정이다. 니켈 비중을 높여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주행거리와 출력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더 적은 양의 배터리로도 동일한 성능을 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니켈 비중 94% 이상 양극재는 기존 90%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가 20% 이상 높다. 다만 니켈 비중이 올라가면 화재 위험이 커져 고난이도의 양산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주로 니켈 비중 90% 미만 양극재를 양산해 온 LG화학은 테슬라가 요구하는 94% 이상 초고니켈 제품의 대량 양산 수율과 품질 기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빈자리는 엘앤에프 등 경쟁사가 채우고 있다. 이대로면 테슬라가 울트라하이니켈 비중을 높일수록 공급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프리미엄 전기차에는 94% 이 울트라 하이니켈을, 중저가에는 리튬인산철(LFP)을 탑재하는 테슬라의 이원화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만큼 소재 밀도 전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터리 소재업계 관계자는 “당장 성능과 가격측면에서 돌파구가 필요한 완성차 업체들이 한계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며 “배터리 제조사 역시 ‘계열사 챙기기’ 식의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촉발한 에너지 밀도 전쟁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 배터리 물량에서 계열사인 LG화학의 양극재를 제외하고 있는 것은 현시점 배터리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전기차 시장 부진, 미래형 모빌리티 및 휴머노이드 등장 등 전방시장이 급변하면서, ‘계열사 프리미엄’조차 사라지는 생존 서바이벌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표준을 만드는 글로벌 1위업체 테슬라가 소재 혁신 기준을 가혹할 정도로 높이고 있는만큼, 배터리 소재 시장 구도 재편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밀도가 곧 가격 경쟁력"…94% 하이니켈 승부수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테슬라 신형 모델Y 롱레인지 등에 납품되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에 LG화학 대신 엘앤에프의 양극재가 단독으로 사용되고 있다. 테슬라가 니켈 비중 94% 이상의 울트라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 모델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소재사 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수요부진을 겪고있는 테슬라는 니켈 비중 94% 이상의 울트라 하이니켈을 이용해 ‘더 싸고 더 좋은’ 전기차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테슬라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쓰는 보급형뿐 아니라 프리미엄 모델(모델 S·X, 모델 3·Y 롱레인지, 사이버트럭 등)에서도 가격인하와 성능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니켈 비중이 올라가면 에너지 효율이 개선된다. 니켈 비중을 94%로 끌어올린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는 일반 삼원계 제품인 ‘NCM 811’(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 배터리보다 30~40%, NCM9½½(니켈 비중 90%, 코발트 5%, 망간 5%)보다는 20% 이상 에너지효율이 높다. 반면 값비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생산 비용 증가폭은 미미하다. 동일한 가격에 주행거리가 개선된 전기차를 만들수 있고, 전기 소모량이 큰 차량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배터리 탑재량을 줄여 같은 주행거리라도 가격이 낮은 전기차를 생산할 수도 있다. 최근 테슬라는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을 낮추고 있는데 울트라 하이니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높은 기술 장벽이다. 니켈 비중이 94%를 넘어가면 구조가 불안정해져 화재가능성이 높아지고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잡기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입자를 부서지지 않게 단단하게 뭉치는 ‘단결정’ 공정 등 고도의 양산 기술이 필수적이다. LG화학은 니켈 88~90%대 배터리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고객사도 딱히 니켈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산기술 확보가 한발짝 늦었다. 반면 가장 선제적으로 기술 투자를 한 엘앤에프는 LG화학이 놓친 테슬라 물량을 흡수하며 올해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해 1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테슬라용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물량이 양극재 전체의 30~40%로 추정되는 LG화학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사실상 전기차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있는 것까지 겹쳐 통상 연간 6만~7만t 수준이었던 양극재 출하량은 올해 3만t 이하로 반토막날 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도전재, 단열재 등 배터리 부가 소재 입찰에서도 원가 절감을 위해 단가가 높은 LG화학 대신 저렴한 중소업체 물량을 늘리고 있는 점도 LG화학에게는 걱정거리다. 다만 LG화학은 발빠른 양산 기술투자로 격차를 좁혀 LG에너지솔루션 물량을 복원하고, 또 다른 고객사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 휴머노이드에서도 고밀도 소재 필수


테슬라가 촉발하고 있는 고에너지 밀도 소재전쟁은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벌어질 예정이다. 테슬라는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할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니켈 비중 94% 이상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를 적용할 계획이다.

로봇은 자동차보다 공간 제약이 훨씬 크다. 사람 가슴 크기의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효율 높은 배터리를 구겨 넣어야 구동 시간과 정밀한 작업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 울트라 하이니켈 기반의 초고밀도 배터리가 휴머노이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이유다. 배터리 소재의 에너지 밀도 혁신에 다가올 로봇 시대의 주도권마저 걸려있다는 의미다.

국내 소재 업체들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둔 중장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업체별 강점과 약점은 뚜렷하게 나뉜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고에너지 밀도 양산 기술력에서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지만, 재무 건전성과 고객사 네트워크 부족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반면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은 자본력을 갖췄지만 초고밀도 하이니켈 양산 기술에서는 후발주자다. 각 사의 전략적 판단과 성공여부에 따라 향후 시장구도가 계속해서 뒤바뀔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즘 시기의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전기차 반등기와 휴머노이드 개화기의 승패가 완전히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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