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어브스튜디오. 건물 3층에 올라서자 각기 다른 종류의 침대 13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방문객들은 차례로 침대에 누워 눈 감고 휴식을 취하거나 이불을 손끝으로 쓸어보며 촉감과 두께를 가늠했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성수동의 여느 팝업스토어(팝업)와 달리 이곳은 나른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패션 플랫폼 29CM가 침구 카테고리에 특화한 팝업을 열었다.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수면 시장을 겨냥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접점을 확대하고, 패션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넓히려는 복안이다.
이날 선보인 이색 침구 팝업 ‘29 눕 하우스’는 29CM가 개최한 첫 침구 관련 오프라인 행사다. 행사장은 약 992㎡(300평) 규모로 조성됐으며 총 3개 층에 걸쳐 마련됐다. 내부는 ‘누워서 찾는 내 침구 취향’을 콘셉트로 꾸려졌는데, 침구의 촉감을 △바스락바스락 △보들보들 △푹신푹신 △하늘하늘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방문객이 취향에 따라 직접 눕고 만져보며 제품의 촉감이나 디자인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1층과 2층에는 회사가 엄선한 13개의 침구 브랜드 부스가 들어섰다. 최근 배우 고준희가 사용한 침구 브랜드로 알려진 ‘고유’부터 동물 일러스트를 적용한 제품으로 인기를 끄는 ‘웜그레이테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약 90%가 국내 브랜드이며 절반 이상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업체들이다.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서면 이번 팝업의 핵심 공간인 ‘눕 체험존’이 등장한다. 실제 수면 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으로, 13개의 침대를 배치해 관람객이 직접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팝업을 찾은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이불을 바꿀 시기가 돼 방문했다. 평소에는 온라인으로 침구류를 구매하다 보니 소재나 촉감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며 “직접 와서 만져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질감 차이가 크다는 걸 느꼈고 구매를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방문한 30대 김모 씨도 “아침에 KTX 타고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왔다. 지방에는 침구류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다”며 “백화점 리빙관은 가격대가 높아 자주 방문하기 부담스러웠는데, 이곳은 비교적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이 많은 것 같아 둘러볼 만하다고 느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29CM가 처음 침구 팝업을 진행한 것은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데 있다. 회사는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성수’ 1호점을 열었다. 이후 반년 만에 동일 상권에 2호점을 출점하고 더현대 서울에 입점하는 등 해당 카테고리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국내 수면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영역이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산업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14년 만에 약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은 백화점 리빙관이나 이브자리, 시몬스 등 일부 브랜드 매장 등이 전부다. 29CM은 이 같은 '공백'에 주목했다. 소재와 촉감 등 체험 요소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인 만큼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해 브랜드와 고객 간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침구 제품에 대한 수요는 29CM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베개·이불 등 침구 거래액은 전년 대비 48% 이상 증가했다. 숙면을 돕는 수면 용품에 대한 거래액도 증가세다. 같은 기간 잠옷·파자마 등 홈웨어 거래액은 60% 이상 늘었으며 안대 거래액도 95% 이상 급증했다.
29CM 관계자는 “플랫폼 내에서 침구 카테고리에 대한 수요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하지만 입점 브랜드 대부분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곳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니즈를 반영해 침구 팝업을 기획했으며 고객이 실패 없이 자신의 취향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큐레이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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