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모대출(Private Debt) 투자를 놓고 국내 증권사와 금융당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사모대출 상품을 편입하고 있는 증권사들에게 유동성 리스크를 우려해 투자 자제를 강력히 권고하고 나서면서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 운용 과정에서 연 4% 수준의 약정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선 해외 사모대출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사모대출 상품을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발행어음 20조원 중 1조5000억원을 사모대출 등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루아울(Blue Owl)의 사모대출 펀드에도 약 1500억원 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측은 환매가 중단된 펀드와 다른 상품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블루아울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 직접 대출을 제공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이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환매 요청이 급증했지만, 자금이 부족해 환매를 중단하면서 시장 전체에 위기감이 불거졌다.
금감원은 대형 증권사에 사모대출 투자 규모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회의를 열어 투자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해외 사모대출 투자 규모가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대출은 중소·중견기업에 직접 대출을 하거나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투자하는 구조로, 연 10% 안팎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사는 발행어음 자금을 통해 사모대출에 투자하고 있다. KB증권(11조3812억원), NH투자증권(9조4410억원) 등이 발행어음 4~5% 정도를 해외 사모대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증권사는 IMA 운용으로 최소 연 4% 수익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중위험 자산을 편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2조원, 미래에셋증권은 2000억원 규모의 IMA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사모대출 투자가 방대한 포트폴리오 중 일부에 불과한 데다 분산 투자 구조로 운용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증권사 설명이다.
하지만 사모대출의 유동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투자자 환매 요청이 발생할 경우 자산을 즉시 매각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유동성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블루아울의 펀드도 분기별 순자산가치(NAV)의 5%까지 환매할 수 있는 준개방형 구조로 설계됐지만, 투자 자산이 대부분 비유동성 대출 자산이어서 동시다발적인 환매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감원의 투자 자제 요청에도 증권업계는 사모대출 투자를 쉽게 줄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상대적으로 기업 신용도 대비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발행어음과 IMA 상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약정해야 하는 구조여서 사모대출 편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발행어음 담당자는 “사모대출에 투자하지 않으면 연 4% 이상의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다”며 “국내 투자 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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