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골프를 9살에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처음 마주한 골프의 매력은 아주 단순했다. 미션을 수행하면 햄버거를 한 개 더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대학교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다. 제일 친한 친구랑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구경하며 캠퍼스를 가로질러 걸어갔다.노란색 체육복을 입고 캐비닛에서 마음에 드는 골프채를 고르면 연습이 시작되었다. 학교 골프부의 조수현 선생님은 기술보다 예의를 강조하셨다. 무엇보다 골프에 재미를 느끼게 해 주셨다. 연습장에서는 공을 담는 박스로 골대를 만들어놓고 축구를 하기도 했다. 나는 골프장으로 가는 길이 늘 즐거웠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나에게 많은 걸 경험할 기회를 주셨다. 4살 때는 미술 유치원을 다녔고, 5살 때는 피아노를 시작했다. 구연동화, 바둑, 발레, 바이올린 등 아마도 문화센터에 있던 모든 프로그램을 해보지 않았나 싶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방과 후 활동은 플루트였다. 이렇게 많은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골프가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내 집중력의 원천은 어릴 때 받은 바둑 수업에 있다고 믿는다.
골프를 시작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내 인생 첫 골프대회에 나갔다. 131타,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타수로 3위를 했던 기억이 난다. 6학년 때에는 주니어 골프 상비군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상상을 했다. 골프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돌아봐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는 아이가 왜 그렇게 골프에 매달렸는지 모르겠다.
중학생이 되자 엄마가 바이올리니스트가 될지 골프 선수가 될지 선택하라고 말씀하셨다. 바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골프가 훨씬 재미있어서 마음을 바꿨다. 그러자 엄마는 ‘학교는 꼭 다녀야 한다’는 조건 하나를 달았다. 골프 선수를 지망하는 다른 친구들은 종일 연습장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학교에 다녀온 다음 2시간만 골프 연습을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보충 학원에 갔다.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고 싶은데 연습량은 터무니없이 적어서 엄마와 골프 선생님이 가끔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주어진 2시간을 그 누구보다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배웠다.
골프는 혼자 하는 운동이다. 게임의 방향 결정도, 문제 해결도 다 내가 해야 한다. 클럽은 14개인 데다 코스는 매번 바뀌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연습해야 할 샷과 상황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운동을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이유는 유년 시절의 많은 경험이 하나하나 쌓여서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골프 선수를 하면서 기쁠 때보다 힘들 때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골프는 처음부터, 그리고 여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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