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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美 FDA 장벽 넘어야 할 K바이오

입력 2026-03-05 17:44   수정 2026-03-06 00:09

“K바이오가 임상 역량을 선진화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놔야 합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5일 기자에게 “최근 FDA의 눈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케츠에 따르면 FDA의 신약 ‘가속 승인’ 건수는 2024년 20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반토막 났다. 한국 기업도 영향권에 들었다. 당장 지난 1월 담관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리라푸그라티닙으로 FDA에 가속 승인을 신청한 HLB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속 승인은 FDA가 중대 질환 환자에게 좋은 약을 더 빨리 공급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임상시험 2상을 마친 파이프라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FDA는 가속 승인 외에도 패스트트랙 등 다양한 인허가 인센티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FDA에 따르면 매년 이 기관에 신약 허가를 신청하는 기업 중 60~70%가 한 개 이상의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한다. 깐깐해진 FDA의 눈높이가 가속 승인 외 다른 인허가 인센티브 제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미국 바이오업계는 FDA 산하 기구인 생물학적제제평가연구센터(CBER)에 지난해 5월 새 센터장으로 취임한 비나이 프라사드에 주목한다. 프라사드 센터장은 FDA 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이 어린이의 목숨을 여럿 앗아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는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는 신약에 대해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평가했다. CBER의 검토 의견은 FDA의 신약 인허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프라사드 센터장의 임기가 지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바이오업계는 “FDA가 인센티브 제도를 갈수록 엄격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본다. 프라사드 센터장의 깐깐한 기준은 이런 흐름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속 승인 이전에 확증 임상 착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2022년 관련 법이 변경된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법이 바뀐 건 가속 승인 뒤 확증 임상 지연과 실패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해법은 뭘까. 결국 기본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과거 한국 바이오기업이 FDA의 신약허가 신청(NDA)에서 실패한 사례를 보면 1차 지표가 아닌 대리 지표를 충족시켜놓고 “임상 성공”이라고 주장하거나, 작은 규모의 데이터로 신약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경우가 있다. 이런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임상을 해야 한다. K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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