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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법 의결…재계 "경영권 방어수단 포이즌필 필요"

입력 2026-03-05 17:28   수정 2026-03-06 00:46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권 방어 장치인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이 포이즌 필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미진한 법적 근거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 사라진 기업

정부는 이날 이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임직원 보상(스톡옵션) 수단 외의 자사주 보유를 금지한 3차 상법 개정안의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경제계와 법조계에선 개정 상법이 이날 공포돼 즉시 시행되면 제도적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이는 3자 배정 유상증자는 경영권 분쟁 중에 각각 산업은행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한진칼과 고려아연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최근 “현행 회사법 체계상 자사주는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실상 활용된 현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경영권 방어)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수단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지분 이상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인수자가 나머지 주주들로부터 같은 조건으로 지분을 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데다 오히려 기업 구조조정 같은 사업 재편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포이즌 필 제도 도입을 꼽았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를 당한 기업이 나머지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발행해 인수자의 지분을 희석하는 방어 전략이다. 기업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주주는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로 활용한다.

해외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경영권 방어 전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진단이다. 제3자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10% 이상 싸게 발행하면 배임죄에 해당하고, 신주 인수권을 인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에게만 주는 것도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상 주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2009년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한 포이즌 필 제도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 가운데 가장 짜임새 있는 안으로 꼽힌다. 적대적 M&A를 당한 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특정 주주(공격자)를 제외한 주주에게 신주인수선택권을 부여하는 ‘한국형 포이즌 필’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소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일본 사례 참고할 때
법적 근거 마련뿐 아니라 포이즌 필을 경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3년 발표한 ‘기업 인수에 관한 행동 지침’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진지한 인수 제안을 받은 기업은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인수에 찬성할지를 성실히 검토하도록 했고, 포이즌 필과 같은 적대적 인수 방어책 및 대응 수단에 대한 설명을 담았다. 법무부도 일본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스쿨 교수는 “미국과 일본은 적대적 M&A를 방어하려던 일부 기업이 선구적으로 포이즌 필을 시도하고, 이 시도가 합법적이라는 법원의 판례가 쌓이면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정착됐다”며 “우리나라도 법적 근거 마련과 기업의 사용 환경 조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효/김익환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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