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울트라 하이니켈을 전격 도입하기로 한 이유다. 테슬라에 이 제품을 납품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울트라 하이니켈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업체가 엘앤에프뿐이어서 모기업인 LG화학 제품을 배제했다. LG화학은 올해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양극재 납품 기업 타이틀을 되찾을 방침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공략법을 주행거리 및 출력을 극대화한 삼원계 기반 프리미엄 모델과 LFP 기반 중저가 모델로 이원화했다. 울트라 하이니켈은 프리미엄 자동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기술 개발에 많은 돈이 들지만 가격이 비싼 코발트 사용량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비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필수품’이 되고 있다. 자동차와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슴 또는 등 같은 작은 공간에 배터리를 넣어야 하는 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울트라 하이니켈 소재가 향후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결합하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곳은 엘앤에프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러브콜’을 LG화학이 아니라 엘앤에프에 보낸 이유다.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면서 배터리 시장이 ‘계열사 프리미엄’에 기댈 수 없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 수요가 점점 증가할 것”이라며 “기술을 갖추지 못하면 계열사도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울트라 하이니켈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수년 동안 연구개발에 공들인 결과다. 이 회사는 테슬라 물량을 앞세워 올해 4년 만에 흑자 전환을 노린다. 시장에선 올해 영업이익이 1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니켈 비중이 90% 수준인 하이니켈 배터리에 주력해온 LG화학에는 비상이 걸렸다. 전체 양극재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하는 테슬라 물량을 놓칠 가능성이 커져서다. 안 그래도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때문에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면서 연 6만~7만t이던 LG화학의 양극재 출하량은 올해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FP용 양극재도 제조하지 않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뛰어드는 것 또한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계획대로 하반기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양산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당분간은 엘앤에프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른 전기차 메이커도 업계 표준인 테슬라의 전략을 따라갈 수 있어 소재 에너지 밀도를 둘러싼 혁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하반기엔 LG에너지솔루션 납품 물량을 회복할 것”이라며 “다른 배터리 업체와도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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