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까지 해전의 중심은 거대 전함이었다. 장갑과 대구경 함포로 무장해 ‘해상 요새’로 불렸다. 게임의 규칙을 바꾼 것은 단 한 발로도 전함을 침몰시킬 수 있는 어뢰였다.물속에서 자체 추진력으로 기동하며 목표와 충돌해 폭파되도록 설계된 현대적 어뢰는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 해군 장교이자 발명가 로버트 화이트헤드가 개발했다. 이후 소형 어뢰정과 잠수함의 기본 무장으로 채택되면서 해상 표준 무기로 발전했다.
한자로 어뢰(魚雷)는 ‘물고기처럼 달려가 번개처럼 파괴한다’는 뜻이다. 영어 torpedo 역시 ‘마비시키다’는 뜻의 라틴어 torpere에서 유래했다. 고대 로마인들이 전기충격으로 사냥감을 순간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전기가오리를 torpedo라고 불렀던 데서 비롯됐다.
어뢰의 위력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는 수많은 군함과 상선을 침몰시켰고, 해상 보급망을 무너뜨렸다.
한동안 사라졌던 어뢰가 다시 등장했다. 미군의 공격형 잠수함이 지난 4일 오전 8시 스리랑카 남쪽으로 약 40해리 떨어진 인도양 공해에서 ‘마크-48’ 중어뢰를 발사해 이란 해군 호위함 아이리스데나함을 격침시켰다. 미 전쟁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어뢰가 함미 아래에서 폭발하며 선체가 한 번에 갈라지는 장면이 담겼다. 피터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이를 ‘조용한 죽음(quiet death)’이라고 불렀다.
미군이 어뢰로 적함을 격침한 것은 1945년 8월 잠수함 USS토스크함이 750t급 일본 함선을 침몰시킨 이후 80여 년 만이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당시 영국 HMS 컨쿼러함이 아르헨티나 순양함 제너럴벨그라노함을 수장시킨 사례도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도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당시 민관 합동 조사단이 발표했다.
이번에 사용된 마크-48 중어뢰는 길이 5.8m, 무게 1.6t으로 TNT 약 500파운드급 폭발력을 지녔다. 가격은 약 420만달러로 고급 스포츠카 수준이지만, 단 한 발로 이란 군함을 침몰시키는 위력을 과시했다. 미사일과 드론이 지배하는 21세기 전장에서도 어뢰가 여전히 결정적인 한 방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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