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들이 쓴 담백하고 진솔한 시(詩)가 주인공인 뮤지컬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의 오경택 연출(왼쪽)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뮤지컬은 다큐멘터리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인생 팔십 줄에 한글을 처음 배우고 시를 쓰는 경북 칠곡군 문해학교 학생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여자라서 한글을 익히지 못한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 한글을 배우는 모습은 나이를 떠나 관객 모두에게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지난 1월 19일 열린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 연출상, 극본상 등을 받으며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고루 확인했다. 이 작품을 오는 5월 15일부터 6월 2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하늘극장에서 재연한다. 김하진 작가(오른쪽)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부담이 컸다”며 “할머니들이 시 쓰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네 할머니가 쓴 시를 따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흐른다. 김 작가는 첫사랑, 꿈, 자식, 이름 등 네 가지 주제에 어울리는 시를 엮어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할머니들의 시는 멋들어진 기교 하나 없는 일상의 언어로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김 작가는 첫사랑에 관한 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짧은데 ‘한 방’이 있고, 소녀 같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오 연출은 시 ‘엄마’에서 ‘아들아, 나는 너 씻긴 물도 안 버릴라 했다’라는 구절, 시 ‘내 마음’ 중 ‘몸이 아플 때는 빨리 죽어야지 싶다가도, 재미있게 놀다 보면 살아야지 싶다. 내 마음이 이렇게 왔다 갔다 한다’라는 구절을 좋아한다고 했다.
할머니 역할은 모두 30~40대 배우가 맡는다. 굽은 등과 구수한 사투리는 물론 ‘늙으면 죽어야지’와 같은 매콤 살벌한 할머니 특유의 유머까지 능숙하게 소화한다. 김 작가는 “공원에서 할머니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오 연출은 이 작품의 키워드를 ‘삐뚤빼뚤’이라고 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연필을 쥐고 삐뚤빼뚤 글자를 써 내려가는 손에 지난 사연이 모두 담겨 있다”며 “그래서 무대의 벽이며, 지붕이며 바닥까지 비대칭적으로 삐뚤빼뚤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연 당시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희끗한 관객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객석에 둘러앉아 판소리에 추임새를 넣듯 공연에 호응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루는 대부분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오 연출과 김 작가는 “부모님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효도 상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공연을 앞두고 관객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대 갈등이 심한 사회잖아요. 이 작품을 통해 부모를, 가족을,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허세민 기자/사진=이솔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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