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상황 속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이틀간 전례 없는 폭락장을 보이면서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대매매에 따른 청산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32조804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5조5045억원(20.16%) 늘어난 역대 최대치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갚지 않은 금액이 크게 불어난 셈이다. 투자자가 이를 활용하려면 일정 비율의 담보를 유지해야 한다. 주가가 하락해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 가능성이 큰 위탁매매 미수금도 1조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 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3거래일간 자금을 대신 지급해준다. 이 역시 기간 내 상환하지 못하면 주식이 강제 청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날부터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간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진 상황 속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와 강달러가 맞물리면서 투매가 벌어졌고, 코스피지수가 이틀 새 20% 가까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고점 대비 20% 하락했을 때 반대매매가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틀간의 급락으로 오늘 반대매매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 풀린 반대매매 물량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용융자 반대매매 물량이 지난 이틀간 소화됐는지 오늘(5일)이 될 것인지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강제 청산 물량이 나오면 한 번 더 시장이 출렁일 수 있으나, 악재는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예탁금 110조원에 정부의 시장안정 프로그램 100조원 등 마중물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강제 청산 물량 소화 이후 반등할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다시 국내 증시로 유입돼야 추세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주 안에는 증시의 저점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개인들이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다가 심리적으로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추가 매도 여부가 단기 시황을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한 애널리스트는 "어제 오전 9시30분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양전하면서 분위기가 괜찮았던 순간이 있었다"며 "결국 얽힌 실타래를 푸는 건 외국인 수급"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면세가 이어졌던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언제 돌아올 것인지가 중요한데,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등 중동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들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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