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11번가는 중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 중 하나인 징둥닷컴과 이커머스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직매입 중심 유통 구조뿐 아니라 중국에서 자체 물류망을 갖춘 징둥닷컴은 ‘중국의 쿠팡’으로 불린다. 빠른 배송과 정품 정책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알리바바(알리익스프레스), 핀둬둬(테무)와 함께 중국 이커머스 시장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양사는 11번가 판매자 상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명 ‘역직구(해외직접판매)’ 사업을 상반기 내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역직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좁은 내수 산업에서 치열하게 출혈경쟁을 펼쳐온 이커머스들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환으로 전 세계 곳곳으로 판매망을 넓혀나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정부까지 수출 증대의 일환으로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역직구 사업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징둥닷컴과 손잡은 11번가 역시 역직구를 앞세워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사는 국내 11번가 판매자들이 징둥닷컴의 크로스보더 플랫폼 ‘징둥월드와이드’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인들이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한국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 큰 폭의 매출 상승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처참했다. 서비스 출시 초기에 반짝 선전했으나 이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라졌다. 11번가는 2023년 이 서비스의 운영을 종료한 상태다.
이랬던 11번가가 다시 역직구에 도전하기로 한 것은 최근 들어 이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역직구 판매액은 매년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3조234억원을 기록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징둥닷컴 중국 내 활성 사용자만 7억 명에 달할 정도로 중국 이커머스 시장은 거대한 규모”라며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선보이는 데에도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역직구에 사활을 걸고 나선 건 11번가뿐만이 아니다. G마켓도 역직구 사업을 확장해며 해외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겨냥하고 있다. G마켓의 역직구 사업은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설립한 합작법인 ‘그랜드 오푸스 홀딩스’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추진했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동남아 시장부터 공략했다. G마켓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에는 G마켓 7000여 셀러의 120만 개 상품이 연동돼 있어 현지인들이 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올해도 해외 영토를 넓힌다. 알리바바의 남아시아 플랫폼 ‘다라즈’, 스페인 플랫폼 ‘미라비아’를 통해 각각 남아시아와 남유럽에서도 역직구 사업을 전개한다. G마켓 관계자는 “향후에는 알리바바가 진출한 200여 개국으로 판로를 확장해 5년 내 연간 1조원 이상의 역직구 거래액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그재그는 올해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글로벌 K뷰티 역직구 플랫폼 론칭을 준비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우선 유럽을 타깃으로 정하고 국내에서 생산한 K뷰티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2019년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몰’을 론칭한 올리브영은 ‘K뷰티 장터’로 성장하며 매출 다변화에 성공했다. 현재 글로벌몰은 1000여 개 브랜드와 1만 종이 넘는 제품군을 보유하며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역직구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한류 확산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점을 꼽을 수 있다. 한류 스타들이 사용하는 식품이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넘어 소비로까지 이어지면서 역직구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망도 밝다. 한류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K-제품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당분간 역직구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역직구가 확대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쿠팡과 네이버 양강체제가 구축된 지 오래다. 게다가 알리와 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들의 공습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수많은 이커머스들이 생존을 걱정할 상황에 빠졌는데 K브랜드 인기를 활용해 수익원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활로가 열린 셈이다.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해외 유통망을 직접 개척하기 어려운 이들이 손쉽게 판로를 확대해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또 수출을 증가시켜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정부도 역직구 사업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역직구 시장은 성장이 매우 더디다”며 “역직구 시장을 넓히면 우리가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올해 ‘유통기업 해외진출지원’ 사업을 신설, 49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예산은 매년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유통기업 8개사와 온라인 역직구 관련 기업 5개사를 선정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또 선정된 기업에는 해외 현지 조사부터 마케팅, 물류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맞춤형으로 종합하는 지원도 이뤄진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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