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시트리니리서치의 AI발 종말론에 대해 “맞다, 틀리다”로 보기보다 “과장됐다” 또는 “경고의 의미다”라고 반응합니다. 보고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단기간에 대규모로 인공지능(AI)에 대체돼, 새로운 산업과 직종에서 노동 수요가 충분히 발생하지 않는다는 극단적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삼(Sahm)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은 “시트리니리서치 시나리오의 문제는 파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생산적인 쪽이 느리게 작동하더라도 장기 균형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미국 월가가 이 보고서에 주목한 것은 요즘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월가는 보고서대로 최악의 상황에 이르진 않겠지만, AI의 파괴적 혁신 및 그에 따른 연쇄효과는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론 글로벌 경제위기의 ‘10년 주기론’이 얘기되곤 하는데, 그런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저소득층의 비우량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이 문제였다면 2028년엔 화이트칼라의 우량 대출의 부실화가 문제라고 보고서는 짚습니다. 이런 비교 자체가 경제위기에 대한 평소 공포심을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주목할 부분은 유효수요를 동반하지 않는 기술 진보의 위험성을 금융위기와 연결한 시각입니다. 단순히 실업이 늘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화이트칼라의 고용과 소득 상황이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자산 가격, 민간 소비, 그리고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짚고 있는 겁니다. 또한 기술 진보가 자본 소유자에게 편향되면 소비 기반이 약화되고 장기적인 수요 부족, 즉 경기침체에 시달릴 수 있다는 현대의 불평등 연구와도 논점이 맞닿습니다.
그날 소프트웨어 및 정보서비스 업체 주가가 급락하며 나스닥지수의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전공자도 앱을 만드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고 직접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만하죠. “AI 시대에 소프트웨어 산업은 끝났다” “디지털 시대의 챔피언들이 AI 시대의 첫 희생양”이란 말이 벌써부터 돌고 있습니다.
요즘 기업은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사스(SaaS)’라고 부릅니다. 이 업계에 종말(아포칼립스)이 왔다고 해서 ‘사스포칼립스’가 엄습했다는 말이 요즘 유행입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는 이미 지난 1년간 약 10% 하락하며 다른 빅테크 회사와 대비되기도 했습니다. AI발 종말론은 조금 과장됐다고 해도 사스포칼립스는 현실의 공포가 되고 있습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유효수요를 동반하지 않는 기술 진보의 사례는?
3.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가 화제다. 어떤 서비스인지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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