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권 가격은 내려가는데 여행 비용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국세와 관광세, 전자여행허가 수수료 등 각종 의무 부담금이 올라가면서다. 전 세계가 과잉관광(오버 투어리즘) 대응 취지로 세금 확대에 나서면서 관광객들 여행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권이나 숙박료 같은 여행 기본비용 외에 여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과 부담금이 증가하면서 체감 여행비가 오르고 있다. 이른바 '텍스 플레이션'(세금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때문이다.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동시에 여행관련 세금과 요금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270만명으로 사상 처음 4000만명을 넘어섰다. 관광 소비액도 약 9조5000억엔(약 88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광 수요가 확대되자 일본 정부는 세금을 통해 관광 관리에 나서고 있다. 교토시는 관광객 급증에 따른 교통 혼잡을 이유로 시영버스 요금을 시민과 관광객으로 구분하는 이중 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 요금은 200엔으로 낮추는 대신 관광객 등 비시민 요금은 350~450엔으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숙박세도 크게 올랐다. 교토시는 1박 10만엔 이상 고급 호텔 투숙객에게 최대 1만엔의 숙박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정부 역시 국제관광여객세(출국세)를 현행 1000엔에서 최대 3000엔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유럽연합(EU)은 올해 하반기 중 한국 등 무비자 입국 국가 국민에게 20유로(약 3만원)의 입국 허가 수수료(ETIAS)를 부과하기로 했다. 스페인 관광 중심지 바르셀로나의 경우 다음 달부터 관광세를 두 배 인상한다. 바르셀로나를 관할하는 카탈루냐주 의회는 휴가용 숙소 이용객 대상 세금을 1박당 평균 6.25유로(약 1만원)에서 최고 12.5유로(약 2만원)로 인상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호텔 등급에 따라 1박당 5~7유로(약 8000원~1만2000원)에서 10~15유로(약 1만6000원~2만5000원)를 부담하게 된니다.
이처럼 세금과 부담금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관광 정책 변화가 있다. 각국 정부가 관광을 단순한 소비 활동이 아닌 관리가 필요한 공공 자원으로 인식하면서다. 오버투어리즘 대응과 관광 인프라 유지, 환경 보전 비용을 여행자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관광 수요가 견조한 국가일수록 세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처럼 방문객 증가세가 이어지는 국가에서는 세금 인상이 관광 수요를 크게 위축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 인상을 이유로 여행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서도" 이미 상품에 각종 세금이 포함된 여행사 패키지와 달리 개별 여행객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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