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칩 H200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 양측의 규제에 부딪히면서 차세대 '베라 루빈' 칩 생산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생산 설비를 H200 칩 제조에서 차세대 베라 루빈 하드웨어로 재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공개된 베라 루빈은 오픈AI, 구글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높은 차세대 AI 가속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월 중국 정부의 수입 승인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수출 조건으로 제시된 '고객확인제도'(KYC) 요구를 두고 상무부와 이견을 보이면서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데이비드 피터스 상무부 차관보도 지난달 24일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H200이 아직 중국에 수출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고객사를 위한 소량의 H200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 매출을 창출하지 못했다"며 "중국으로 수입이 허용될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도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와 현지 AI 기업의 중국산 칩 사용 장려를 위해 H200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H200을 구입하라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으며, 중국 세관은 여전히 H200을 금지 품목 목록에 포함하고 있다.
이 계획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기다리기보다는, 특히 첨단 제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엔비디아는 확실히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는 어떤 면에서 베라 루빈의 공급 및 출시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H200 칩 수출의 최종 성사 여부는 3월 말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현재 H200 재고 약 25만개를 보유하고 있어, 수출이 허용될 경우 생산 설비 재배치 기간(약 3개월) 동안 기존 재고로 주문을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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