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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 하던 게 50만원…"없어서 못 산다" 2030 女 오픈런 [현장+]

입력 2026-03-07 08:44   수정 2026-03-07 08:45



지난 5일 오후 5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내 카메라 판매점. 20대 여성 세 명이 가게 앞에서 대기 줄을 서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30대 커플과 20대 여성 두 명이 각각 2000년대 출시된 디지털카메라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들은 카메라 전원을 켜 사진을 직접 찍고 플래시도 켜보면서 제품을 알아봤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인기가 2030여성들 사이에서 식지 않고 있다. 4~5년 전부터 시작된 인기지만 오히려 빈티지 카메라 수요는 오히려 점점 고점을 찍고 있다. 현재 세운상가 내에서 평일 오후 1시, 주말에는 웨이팅이 생겨 복도에 줄을 만들 정도다. 1992년부터 34년 동안 세운상가에서 카메라 판매점을 운영한 70대 A씨는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는 4~5년 전부터 인기가 있었다"라며 "우리도 2~3년 안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안 끝나더라. 지금은 매물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2~3만원 하던 매물이 '50만원'까지…인기 폭증에 "매물 없어"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인기는 가격으로도 확인된다. 4~5년 전 2만원, 3만원에 판매됐던 매물이 현재는 기본 10만원을 넘는다. 인기 있는 제품은 30~40만원에 육박한다. 50만원대 매물도 존재한다. 빈티지 제품 특성상 매물은 점점 줄어드는데 수요는 줄지 않아 가격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이다. 4~5년 사이 가격은 2400% 늘었다.

세운상가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알아본 30대 여성 김모 씨는 "(갖고 싶은 제품이) 하나에 30~40만원 하더라. 오늘 가격 알아보고 제품을 직접 보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다"며 "그래도 사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매물을 보고 구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매장에서 50만원을 주고 디지털카메라를 산 20대 커플도 있었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수요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디토(ditto) 소비'와 '하비슈머(Hobbysumer·취미와 소비자 합성어)'에 있었다. 연예인 등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디토 소비로 신규 구매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빈지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하는 취미 생활이 일부 2030 여성들 사이에서 고착화된 덕이다.

이날 세운상가에서 만난 20대 여성 B씨는 "츄랑 르세라핌 멤버가 디카 사진을 올린 걸 보고 난 후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특유의 색감이 예쁘고 사진도 더 잘 나오는 거 같아 빈티지 디카를 갖고 싶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연예인들의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사진과 관련 브이로그 등이 올라와 있다. SNS에서는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를 구하고 싶은 욕구를 '디카병'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세운상가에서 카메라를 파는 C씨 또한 "유튜브나 연예인들 사진 보고 많이 온다"며 "이미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요새는 캐논이랑 카시오를 많이 찾는데 SNS에서 언급된 물건이 달라질 때마다 찾는 물건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는 올림푸스, 후지, 소니, 캐논, 니콘 등 순서대로 특정 매물이 부족해질 때마다 다른 브랜드로 인기가 넘어간다는 게 세운상가 카메라 매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SNS에서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로 출사를 갖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디카와 놀이의 합성어인 '디놀'이라는 이름으로 "디놀하러 왔다", "1~2월 디놀"이라는 식으로 게시글을 올려 취미활동을 인증하는 식이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로 취미활동을 갖는 이들은 주로 카메라를 2~3대씩 보유한 채 함께 사진을 찍고 각 카메라의 특징을 공유하면서 취미 생활을 즐긴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가 비단 유행 아이템이 아닌 문화 활동 영역으로도 사용성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세운상가서 카메라 매장 늘어나…"2030 여성 경험적 레트로 즐겨"



그 결과 세운상가에서 카메라를 판매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 A씨는 "10년 전부터 여기 상가에서 빈티지 카메라를 팔았는데, 그때만 해도 다들 왜 그런 걸 파냐고 했다. 그래서 인기가 시작됐을 때는 우리 가게만 파니까 하루에 50개 이상 나가기도 했다"며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카메라를 파는 매장이 늘더라. 지금은 세운 상가 근처까지 포함해 5곳으로 늘어났다. 지금 들어오려고 페인트칠하는 곳도 있지 않냐"고 말했다.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인기에 외국인들도 종종 발걸음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C씨는 "어제는 독일인 분들도 오셨다. 30%는 외국인"이라며 "교환학생들도 있고 유튜브나 틱톡에서 유명해지니까 겸사겸사 궁금해서 오는 것 같더라"고 했다.

전문가는 2030 여성들 사이에서 레트로 붐이 일어난 것이 '경험 소비' 측면이 강한 점이 흥미롭다고 짚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레트로 소비는 과거를 회상하는 향수적 소비가 강하지만, 2030여성들은 그 당시 출시된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추억이 없을 것"이라며 "향수적 소비가 아닌 그 당시의 경험 자체를 즐기는 '경험적 레트로'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디카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행위, 결과물을 확인하는 과정 등 일련의 경험 자체를 소비하는 데 있어 2030여성들이 큰 가치를 느끼고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레트로 경험을 즐기는 현상 중 나타난 것이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인기"라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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