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효성티앤씨 등 국내 섬유업계가 방상내피를 비롯한 군 피복류 4종에 들어가는 원사(原絲)를 전면 국산화하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다. 중국·동남아시아산 저가 공세로부터 국내 생산 기반을 보호하고, 국방 소재 공급망 자립으로 국가 안보에도 기여한다는 취지에서다. 업계에선 건의안이 반영되면 나일론을 비롯해 연간 약 200t 규모의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국방 섬유 소재 국산화를 위한 방위사업법 개정 건의안을 상반기 중으로 국회와 국방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방상내피, 방상외피, 궤도차량승무원복, 컴뱃셔츠 등 군 피복류 4종에 들어가는 원사의 국산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계는 향후 전술조끼, 침낭, 개인천막 등으로 건의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방위사업법은 방위사업청이 국내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조항이 ‘국내 생산’에 초점을 둬 수입 원사를 사용해도 국내에서 염색·가공·봉제하면 국내 생산품으로 간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군 피복류에 들어가는 원사의 약 70~80%가 외국산”이라며 “저렴한 중국·인도네시아산 원사를 활용하는 봉제업체가 공공입찰에서 유리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2021년부터 공공입찰 시 국산 원사를 사용한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국산섬유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 대상은 전투복이 유일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올해 국방부 전투복 예산은 362억원으로, 국방 피복 예산(5854억원)의 약 6.2%에 해당한다.
업계에선 건의 대상에 오른 피복류 4종의 원사를 국산화하면 나일론 70t, 폴리에스테르 125t, 폴리우레탄 5t 등 연간 약 200t 규모의 국산 섬유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폴리에스테르는 방상외피 등 의류 전반에 사용되며, 나일론은 상대적으로 높은 내구성이 요구되는 전술조끼 등에 쓰인다. 폴리우레탄은 스판덱스 섬유를 가공하는 원료다.
국내 유일한 나일론 생산업체 태광산업은 45%대로 떨어진 나일론 공장 가동률을 회복할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한국 나일론산업은 코너에 몰렸다. 코오롱,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 등이 국내 사업을 접은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스판덱스용 폴리우레탄 생산 기업 역시 효성티앤씨 한 곳뿐이다. 폴리에스테르는 대한화섬, 효성티앤씨, 휴비스, 도레이첨단소재 등 네 곳이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국가 안보 및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군 피복류와 장구류 전반에 ‘메이드 인 USA’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연간 6000억원 규모의 국방 섬유를 비롯해 경찰·소방복 등 단체복 시장까지 확대하면 조 단위 내수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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