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와 돼지고기에 이어 닭고기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주요 축산물 가격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3대 육류' 가격이 1년새 10% 넘게 치솟으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우·돼지고기·닭고기 등 주요 육류 가격이 모두 1년 전보다 10%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 5일 기준 돼지고기 삼겹살의 평균 소비자가격이 100g당 2666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1년 전보다 14.8% 오른 액수다. 목심도 2475원으로 같은 기간 16.1% 상승했다. 비교적 저렴한 부위인 앞다리 역시 1550원으로 11.9% 비싸졌다. 부위를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한우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한우 1등급 기준 안심 가격은 100g당 1만3872원으로 전년보다 12.1%, 등심은 9888원으로 18.7% 올랐다. 갈비와 양지, 설도 등 다른 부위 가격도 모두 전년 대비 10%대 상승 폭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 닭고기 가격도 예외가 아니다. 육계 가격은 ㎏당 6298원으로 1년 전보다 11.9% 올랐다. 서민 단백질 식품으로 꼽히는 계란 또한 특란 30개 한 판 기준 6896원으로 지난해보다 6.6% 상승했다.
특히 올해는 설 명절 이후 가격 상승세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통상 설에는 명절 성수품과 제수품 수요가 몰리기에 가격이 오르고 이후에는 가격이 안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명절 이후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
축산물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사육 마릿수 감소와 가축 질병 확산이 동시에 작용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한우 사육 마릿수는 약 321만 마리로 전년 대비 4.7% 감소했다. 도축 마릿수 역시 줄면서 공급이 감소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돼지고기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ASF 발생 건수는 이미 22건을 기록,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6건)의 4배 수준이다. 방역 조치로 살처분과 이동 제한이 이뤄지면서 돼지 출하가 지연되자 공급 불안이 따라왔다. 닭고기와 계란 역시 올해 겨울 들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50건 넘게 발생하면서 살처분과 생산 감소가 발생했다.
문제는 가격이 치솟은 이들 3대 축산물을 대체할 만한 선택지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찾던 수입 소고기마저 최근 가격이 훌쩍 뛰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산과 호주산 냉동 갈비 소매가격은 100g당 각각 4000원대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7% 이상 상승했다. 수입량은 늘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수입 단가가 높아졌다.
수입 소고기 가격 상승은 외식·가공식품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미 버거킹, 맥도날드, 맘스터치 등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소고기와 닭고기 패티 등 원재료 값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한 바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드는 등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는 점도 물가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육류 가격뿐 아니라 사료와 물류비용도 오르기에 축산물 가격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할인 행사와 공급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돈자조금을 활용해 대형마트와 농협 하나로마트, 온라인몰에서 삼겹살과 목살을 20% 안팎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다만 가축 질병과 사육 머릿수 감소, 환율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가격이 안정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축산물 가격은 생산 주기가 길어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며 "최근 중동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밥상 물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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