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수십 년 동안 ‘내 집 마련’은 중산층이 부를 축적하는 가장 확실한 경로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2025~2026년을 지나며 미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 공식이 흔들렸습니다. 부동산에서 금융 시장으로, 소유에서 유동성으로 자본의 흐름이 이동하는 이른바 ‘자산의 대재편’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세대가 부동산을 통해 강제 저축 효과와 자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누렸다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높은 진입 장벽 앞에서 자본의 물길을 금융 자산으로 돌렸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시장 구조가 형성한 경제적 선택에 가깝습니다.
이 변화는 데이터에서도 드러났습니다. 1992년부터 2024년까지의 장기 데이터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연평균 명목 수익률은 약 10.39%로, 미국 주택 가격 상승률인 연 5.5%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비용 구조에서도 차이가 뚜렷합니다. 주식 인덱스 펀드의 연간 수수료율은 0.03~0.15% 수준에 불과하지만 부동산은 재산세와 보험료, 유지비 등을 합치면 자산 가치의 약 1%가 매년 비용으로 빠져나갑니다. 매각 시에는 중개 수수료까지 더해져 거래 비용이 10%를 넘기도 합니다. 세금과 유지 비용을 고려한 실질 수익률 측면에서 금융 자산이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자산 관리 전략에도 중요한 변화를 시사합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부동산에서 멀어지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률보다 접근성에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최소 403만 호에서 최대 600만 호에 달하는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약 140만 가구가 새로 형성됐지만 주택 착공은 136만 호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6~7%대의 높은 금리가 더해지면서 이른바 ‘잠금 효과(Lock-in Effect)’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낮은 금리로 받은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시장 공급이 더욱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그 결과 중간 가격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연소득은 약 11만2000달러인 데 비해 미국 가계 소득 중앙값은 약 8만7000달러에 머물러 약 2만5000달러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괴리는 생애 첫 주택 구매 연령을 사상 처음으로 40세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임대 혁명’이라는 새로운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Z세대의 약 72%는 현재 경제 상황에서 주택을 소유하기보다 임대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차를 선택하면 주택담보대출과 유지비 대비 평균 약 37.5%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 차액을 금융 자산에 투자할 경우 10년 후 약 5만3000달러의 추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됩니다. 이동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교외의 ‘내 집’보다 도심의 유연한 임대 생활이 경제적으로도,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도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전환에는 분명한 위험도 존재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 사이의 순자산 격차는 약 43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부동산이라는 강제 저축 수단을 갖지 못한 임차인이 금융 시장에서 같은 수준의 자산을 형성하려면 높은 투자 규율과 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정보 환경입니다. 젊은 투자자의 약 80%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투자 정보를 얻고 있지만,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금융 정보의 71%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비율은 약 13%에 불과합니다. 정보의 질이 자산 형성의 결과를 좌우하는 시대에 이는 세대 전체의 재무 안정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부동산 시장에도 중요한 신호를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형 빌딩과 임대 자산 시장에서는 임차인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편의성, 투명한 가격 공개, 스마트 관리 시스템에 익숙한 세대가 주요 임차인으로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임대 관리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임대 수요의 확대와 함께 전문적인 부동산 자산관리 역량의 중요성 역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부동산을 통한 자산 축적이 사실상 어려워진 현실이 이 같은 선택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자산 관리는 부동산을 소유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자산과 실물 자산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배분해 변화하는 주거 시장 속에서 자산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관련뉴스








